230여개 유니콘 기업 중 이달 현재 핀테크 분야 기업이 26개다. 그중에서도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핀테크 대장주는 '루닷컴(Lu.com)'이다. 초기에는 '루팍스(Lufax)'로 시작해서 개명했다. 기업 가치는 약 180억달러(약 20조원)를 자랑한다. 2011년 9월 창업해서 스냅챗에 이어 기업 가치 10조원을 최단기간에 돌파했다. 조만간 상장을 앞두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만 60조원, 전체적으로 상장을 통해 170조원 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속, 초대형 성공 스타트업의 탄생이 예상된다.
루닷컴은 상하이 기반의 종합 금융그룹인 중국 핑안 그룹 자회사다. 개인 간 대출 연결 플랫폼 회사다. 흔히 P2P 대출업체로 알려진 사업 모델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금융 자산을 플랫폼을 통해 대출자에게 직접 연결해 주는 이 사업은 미국 상장 회사인 '렌딩클럽(Lending Club)'은 물론 '프로스퍼(Prosper)', 영국의 '조파(Zopa)' 등으로 인해 잘 알려진 핀테크 사업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 지점이나 인력이 필요 없다. 부실 대출에 대한 손해도 중계 회사가 아니라 대출자가 직접 떠안는다. 그런 비용 구조의 차이로 인해 오프라인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보다 고객에게 4% 이상 낮은 대출이자로 융자가 가능하다. 금융 회사 개입이 적다 보니 대출을 해 주는 쪽의 수익률 또한 은행 저축에 비해 월등히 높다. P2P 대출 플랫폼은 이제 헤지펀드나 지역 은행의 투자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대출 연체나 부도 등 신용 불량 행위에 대해 엄격한 사회 처벌이 가해진다. 이 때문에 P2P 대출 부도율이 영국은 1%대, 미국은 4~5%대다. 반면에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선진국처럼 사회 금융 질서가 정립되지 않았다. 그래서 루닷컴은 고위험도의 개인 신용대출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 선진국에 없는 여러 가지 혁신을 도입했다.
부도 대출의 손실 위험을 플랫폼 회사 또는 제3자가 보증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안심시키는 제도, 채권의 유동화를 돕는 채권 경매 제도 등을 도입했다. 오프라인에서의 대출 후 관리도 철저하게 한다. 시장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혁신으로 중국의 P2P 대출 금액은 미국의 4배, 영국의 12배가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물론 기존 전통 금융이 취약한 이유도 있지만 이런 자유로운 금융 허용으로 중국에서만 5개 유니콘 핀테크 대출 회사가 배출됐다. 이 외에도 2500개가 넘는 P2P 대출 플랫폼 회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은 당연히 원활한 금융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개인 간 대출은 저조하고, 중소기업 대출로 이 산업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대출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약하는 등 금융 당국 규제로 막 싹트기 시작한 핀테크 P2P 대출 산업이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조건을 국토부 장관이 제한하고 금감원장이 저축은행의 이자율을 시비하며 영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초법 발언 등을 일삼고 있다. 관치 금융에 억눌린 대한민국에서는 유니콘 핀테크 회사는 물론 선진화된 금융 산업도 요원하다. 필요한 곳에 금융이 원활하게 공급되지도 않는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