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가 6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은행에 맡긴 돈의 이자가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았다는 것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1.56%였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를 말한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2.2%) 이후 최고인 1.9%였다.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적은 2011년(-0.31%)과 작년 딱 두 번뿐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가중평균 금리가 10%대에 달했다. 따라서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예·적금을 들면 5∼6%대 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강화하면서 실질금리 하락 현상도 더욱 심화했다.
실질금리는 2013년 1.43%에서 2014년 1.13%, 2015년 1.04%로 점점 떨어졌다. 2016년 0%대(0.48%)로 떨어지더니 작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말았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경제주체들은 예금 외에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총 예금(정기 예·적금, 수시입출식 요구불예금 등)은 1305조55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다.
총 예금 증가율은 2013년(2.0%) 이후 최저였다.
특히 가계의 총 예금(600조1115억원)은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 총 예금 증가율은 2007년(-7.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