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주 여행은 우리에게 여전히 꿈일 뿐이다. 그 꿈을 실현시켜 주겠다는 유니콘 기업이 스페이스엑스다. 창업자 엘런 머스크는 미래 설계자로 불릴 만큼 뉴스 메이커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급 전기자동차인 테슬라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캐나다계 미국인이다. 2018년 경제지 포브스의 평가에 따르면 총 자산 21조원으로 세계 53번째 거부다. 그는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나 12살에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천재다. 17살에 캐나다로 이주했다가 미국으로 옮겨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과 물리학 학사를 받은 뒤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창업을 위해 2년 만에 학업을 중단한 그는 소프트웨어(SW) 회사 '지프2',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을 창업해 성공리에 매각했다. 미국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경험한 대표 창업가로 머스크가 꼽힌다.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권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연속된 창업 성공은 이후 스타트업을 여러 개 동시에 창업해서 운영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잘 알려진 고급 전기차 회사 테슬라, 유니콘 기업 가치 6위의 스페이스엑스는 물론 태양광발전사 가운데 규모 2위인 솔라시티, 인공지능(AI)이 인류에 위험이 아니라 축복이 되도록 개발되고 사용돼야 한다는 비영리 연구회사 오픈AI를 창설했다. 또 사람과 인간의 뇌를 직접 연결하겠다며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교통을 혁신하겠다는 '하이퍼루프'는 음속의 두 배인 시속 2000㎞ 속도로 교통 혁명을 추구하고 있다. 그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시속 1200㎞ 시제품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공개됐다. 그만큼 그는 가장 미래 지향형 벤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기린아'로 통한다.
스페이스엑스는 공식으로는 우주탐사 기술 회사다. 우주선을 회수할 수 있게 발사하는 발사대인 '팔콘'과 우주선 '드래곤'을 주요 상품으로 하고 있다. 2001년에 창설해서 민간 우주선 회사로는 최초로 위성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고 우주선을 회수했다. 우주정거장에 우주선을 보내고, 우주선 추진력을 활용한 착륙으로 우주선 회수 기술의 진일보를 이뤘다.
스페이스엑스는 우주 여행 대중화와 화성을 '식민지화'하겠다는 공상과학(SF) 영화의 꿈을 실현하는 비전을 내세운다. 아주 먼 미래 꿈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스페이스엑스는 머스크 회사 가운데에서도 재무 관계로 가장 크게 성공했다. 연속된 발사 실패로 2008년 부도 위기에 직면했고, 2015년에는 적자도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1조9000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600억원에 이른다. 대기하고 있는 발사 비용만 해도 11조원 이상이다. 물론 현재 가장 큰 고객은 미국우주항공국(NASA·나사)이다. 2016년 매출의 43%가 나사로부터 이뤄졌다. 국방, 통신, 정보기술(IT) 회사 등 기업의 위성 발사 대행으로부터 수입을 내고 있다.
먼 장래의 꿈을 팔고 있지만 국가의 우주 탐사와 국방, 정보통신 산업의 위성 발사가 스페이스엑스의 현재 젖줄이 되고 있다. 머스크는 회사 지분 54%, 의결권은 78% 갖고 있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먼 상상의 날개를 현실화하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이테크 산업의 지배 구조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산업 특성과 무관하게 대주주의 권한 제약과 분산이 좋은 지배구조처럼 오해되고 있다. 이는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편견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