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융합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광융합산업진흥법)'이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광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인 광융합기술 연구 개발과 기업 지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광산업 육성과 성장, 광융합산업 진흥법 제정 의미 등을 살펴본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4대 지역전략산업 일환으로 광산업을 육성,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5.4%를 기록했다. 전국 광산업체수도 2001년 551개사에서 2011년 2170개사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지역진흥사업 종료로 정부 재정지원이 중단되고 중국 등 후발국 추격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잃으면서 하락세를 돌아섰다. 2014년에는 1955개사로 전년 대비 77개사(3.8%)가 줄었다. 고용 인원도 2013년 13만9227명에서 2014년에는 13만2815명으로 6412명 감소했다.
기업 스스로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광기술과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성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게을리했다는 따끔한 충고도 나왔다.
특히 전국 광산업체의 17%(344개사)가 모여 있는 광주 광클러스터 입주 기업 상황은 심각했다. 해외 수주나 신기술 개발에 한계를 보였다. 한때 주력산업으로 전성기를 누린 광산업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광융합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광융합산업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광산업 중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광산업 산·학·연 공감대가 형성된 지 2년 만이다.
그동안 광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진흥을 도모할 법률 기반이 없었다.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광산업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광산업진흥회, 한국광기술원 등이 나섰다. 광산업과 다른 분야와 융합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법안 제정을 추진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연구기관, 기업 등이 협력해 광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발전 기반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법안을 마련했다.
광융합산업진흥법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 경기, 울산, 전북, 광주 등 전국 국회의원, 광관련 연구소 및 단체 등 많은 사람들 노력이 있었다.
광융합산업진흥법 제정은 2016년 3월부터 한국광산업진흥회와 한국광기술원 논의로 시작됐다. 곧바로 각계 전문가들로 광산업육성진흥법 자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가 구성돼 법안 초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해 11월 10일 법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대표 발의하면서 속도를 냈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 대통령 선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회와 산업부가 법 제정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난 2월 민주평화당이 광융합산업진흥법 제정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선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법사위 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가결 처리됐다.
장병완 의원은 “광 융합기술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시킬 법적근거가 생겼다”며 “하이테크 중심 광 융합기술 발전으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협정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법률 이름을 '광융합산업진흥법안'에서 '광융합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꿨다. 지원대상을 '광융합산업'에서 '광융합기술'로 변경하고 정부재정 부담 의무규정을 삭제하거나 임의규정으로 수정해 의결했다.
총 3장 20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 법률안은 △국가차원 광융합산업 육성계획 수립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표준화 △국제협력 △전담기관지정 △광융합기술자문기구연구소 지정 △비영리법인 육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산업부는 광융합산업진흥법 통과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광 융합기술 육성·진흥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고 광산업체 국제경쟁력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와 광산업진흥회는 광관련 산·학·연과 공동으로 세부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해 이르면 오는 9월 21일자로 공포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법률이 시행되면 광융합산업이 국가 차원의 주력 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융합산업 진흥 종합 발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 전국 2000여개 광산업체가 자동차, 에너지산업 등과 융복합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진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광융합산업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광융합산업이 제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광산업이 지속가능 발전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 확보, 인프라 구축, 근본기술 확보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VR·AR 영상 및 광학기기 전문 제조업체 모컴테크 최해용 대표는 “레이저, 국방, 에너지 등에 필수적인 광융합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 육성과 지원 근거가 마련돼 다행”이라면서 “광융합 기술 연구개발 및 상품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