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구축하던 한국후지쯔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프로젝트 기간, 시스템 구현 등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한국후지쯔는 발주처 성실 협력 의무 소홀 등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HIS 구축의 실패 책임을 물어 한국후지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산의료원은 2014년부터 HIS를 구축하고 있다. 주 사업자는 한국후지쯔를 선정했다.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을지병원 등 차세대 시스템 구축 경험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후지쯔는 자체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을 동산의료원 환경에 맞춰 재개발키로 했다.
동산의료원은 사업 수행 2년이 지났지만 성과가 없자 외부 인력을 투입해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조사 결과 시스템 오픈 시점까지 프로젝트 완료가 어렵다고 판단, 사업을 중단했다. 소송을 제기하고 이지케어텍을 대체 사업자로 선정했다.
소송 쟁점은 '프로젝트 지체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다. 한국후지쯔가 애초에 사업 설계를 잘못 했거나 수행 과정에 과실이 있는 경우 지체 원인은 수행 기관에 있다. 동산의료원이 사업 과정에서 추가 요구 사항을 지속 제시하거나 성실 협력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게 입증되면 상황은 바뀐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수행기관은 계약 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있고, 발주자도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정보와 자원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어떤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밝히는 게 이번 소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우리나라 대형 병원 HIS 구축 사업의 비효율성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상급종합병원급 대형 병원은 5~7년 주기로 수백억원을 투입해서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 과정이 복잡하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에 400억원을 투입한 서울아산병원은 프로젝트 실패 책임을 두고 LG CNS와 소송에 들어갔다. 삼성서울병원도 당초 목표보다 인력, 예산 등을 추가로 투입해 1000억원에 이르는 차세대 사업을 우여곡절 끝에 완료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의 의료 IT 노하우가 부족한 점이 근본 문제로 지적된다. HIS에는 진료, 검사, 원무, 수술 등 병원 프로세스 전반이 녹아 있다. 병원 운영 환경과 용어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전문 의료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병원 문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병원 IT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의료진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쉽지가 않다. 사업 수행 과정에서 추가 요구 사항이 빈번한 것도 사업 실패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병원 관계자는 “HIS 구축 사업의 핵심은 사업 설계 단계부터 요구 사항을 면밀히 파악해 구현하는 것”이라면서 “사업 수행 업체가 실수하거나 발주처가 계획에 없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 실패 책임을 한 곳에만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후지쯔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어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