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 중에 전자결재로 개헌안을 발의했다. 대통령 4년연임제·수도조항 명시·노동권 강화 등이 골자다.
대통령 개헌안을 넘겨받은 국회는 5월 24일까지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여야가 투표 시기부터 개헌안 내용까지 첨예하게 엇갈려 향후 의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 35분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회 송부 등을 전자결재했다. 문 대통령은 결재와 동시에 내놓은 입장문에서 “저는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개헌발의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입장문에는 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는 배경이 담겼다. 그는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지 않으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고, 특히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 개헌은 많은 국민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방선거 때 개헌하면 다음 대선과 지방선거의 시기를 일치시킬 수 있고, 전국 선거 횟수를 줄여 국력과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개헌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위한 개헌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에 의해 저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 권한을 국민과 지방과 국회에 내어놓을 뿐”이라며 “더 나은 헌법,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품에 안도록 마지막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김외숙 법제처장은 문 대통령이 전자결재한 개헌안을 국회 입법차장에게 전달하면서 공식 발의 절차를 마쳤다.
국회로 개헌안이 넘어왔지만 의석 분포상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당 모두 반대 입장이 강경하다.
정치권은 발의안 부결시 국론분열까지 예상됨에 따라 조속히 국회 합의안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이 역시 지방선거를 앞둔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해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
야당은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독재' 단어까지 언급하며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책임있는 논의를 촉구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국회와 상의하지 않은 대통령의 일방적 개헌안이 발의되는 오늘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 되는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 저항운동'까지 언급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표는 “처리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겁박 행위”라고 했다.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는 하되, 여야 합의안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조배숙 민평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거대 양당을 향해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 기회를 살려 국민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27일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회동을 기점으로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개헌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기존 정개특위와 새로 구성하는 개헌협의체를 주축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교섭단체 3당 협의체가 아닌 5당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점쳐진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