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 맞잡고 '더불어 성장' 꿈꾸는 한·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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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이 진행되던 2014년 12월 필자는 우리 측 수석대표 자격으로 마지막 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베트남 측은 농산품의 가공, 저장, 운반 등에 필요한 기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종 대상 품목 확정을 주저하고 있었다. 우리 측은 베트남에 관련 기술 이전 및 시설 지원 등 기술 협력을 제안,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상대국의 수요에 기반을 둔 맞춤형 기술 협력이 통상 협상의 물꼬를 트게 해 준 셈이다. 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기술 협력까지 이어지는 상호 윈윈형 교류는 어느 한 쪽만 혜택을 보는 일방 교류가 아니다. 양국이 '함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호혜 모델이다. 베트남과의 기술 협력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미·중·일·러 4개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우리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궤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상품 교역 중심의 교류를 넘어 인력·기술·문화 교류를 통해 공동체의 상생 번영을 이루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양국은 산업 기술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협력에 기반을 둔 상호 발전을 추진하고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2012년부터 베트남의 산업 기술 인력 양성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380명을 배출했다. 2015년에는 베트남 산업부가 소재부품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제조업 발전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 단기간에 소재부품 산업을 집중 육성한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양국 농기계 기업이 공동으로 트랙터를 개량 개발, 지난 1월부터 연간 2000대 규모로 생산을 시작한 것도 주목할 성과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KIAT와 베트남 산업부가 교환한 양해각서(MOU)는 산업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두 나라는 서로에게 이상형 파트너다. 1억명의 거대 내수 시장을 보유한 베트남은 우리에게 매력 만점의 시장이며,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베트남은 소재부품 세계 5위라는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의 노하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KIAT는 전문 인력 양성 교육, 기술 이전, 공동 기술 연구개발(R&D) 등 기존의 협력 형태는 유지하되 베트남 정부와 현지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한·베트남 TASK(Technology Advice and Solutions from Korea)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TASK센터는 베트남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전수하고, 품질 제고에 성공한 베트남 기업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과 연계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안을 모색한다.

한국과 베트남은 직선거리로 약 3000㎞ 넘게 떨어져 있지만 두 나라 모두 가족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유교 문화권이라는 점에서 공유하는 정서 부분이 많다. 2016년부터는 중국을 제치고 한국인과 다문화 혼인을 가장 많이 한 '사돈 나라'이기도 하다. 경제면에서도 양국은 동반자 관계다. 베트남은 중국·미국에 이어 우리와의 무역 규모 3위 국가이며, 한국은 베트남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국가다.

지난해 6.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저렴한 수준의 인건비라는 조건을 앞세워 포스트 차이나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은 신남방 정책 중심 국가로도 손색이 없다. 상생형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함께 경제 번영을 이루고, 산업 혁신 비전 공유에 KIAT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hakdokim@ki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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