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오는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다섯번째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14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재임 시절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이 국정원에서 최소 17억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자신이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다스가 BBK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반환받는 과정에 국가기관을 개입하게 하고(직권남용),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 60여억원을 대납하게 하는 데 관여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수사 상황을 고려할 때 실체적 진실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밝히기 위해 이 전 대통령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차례 소환 조사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자료를 충분히 수집했고 조사할 내용이 방대하다”면서 “통상 절차에 따라 직접 대면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사가 쌓여 소환 조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라며 “소환 조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필요한 예의를 충분히 지킬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 측에 소환 통보를 하기 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그간의 수사 경과를 보고하고 소환 조사 등 향후 수사 계획에 관한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한 바 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