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으로 동계스포츠 종목 티켓을 구입했다. 빗자루 같은 '브룸'을 이용해 '스톤'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컬링'이다. 사실 이 정도 규칙만 알고서 정확히 점수를 어떻게 얻고 승패를 정하는지는 모른다. 바닥 닦는 빗자루처럼 생긴 장비가 브룸으로 불린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동계스포츠라고 하면 김연아가 활약한 피겨스케이팅이나 하계올림픽의 양궁처럼 메달밭으로 꼽히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정도만 알고 있었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놀라운 발전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저녁 개회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알려진 대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몇 달 전만 해도 국민의 관심이 너무 낮아서 걱정했다. 다행히 개막이 다가오면서 나아지는 분위기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해외 모두 지난해 12월 이후 'Pyeong Chang' 검색 빈도수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동계스포츠 문외한인 기자가 컬링을 보기 위해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까지 가기로 한 것도 평창 동계올림픽 덕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장외 이슈도 후끈 달아올랐다. 초반 분위기는 북한이 가져가는 모양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 논란을 빚은 데 이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방남, 미디어의 시선을 끌었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배치한 데 이어 7일에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방남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 소식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김여정 이슈에 밀리는 형국이다. 빠르면 이번 주말에 공식 행보에 들어갈 김여정이 어떤 모습을 연출할지, 우리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할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김여정의 방남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흥행과 남북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미국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과의 어설픈 대화라는 모습을 연출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무형의 성과를 거둬 갈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그들대로 나뉘어 남북 평화의 마당이라며 반기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이익을 위한 자리로 이용되면 안 된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만의 어법으로 '막말' 수준의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북한발 이슈가 생각보다 커지면서 정작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인공이 묻히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넘게 이번 올림픽을 기다린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여기에 못지않게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올림픽'에 맞춰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기술을 준비한 정보통신기술(ICT) 코리아의 국가대표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김여정이 오든 이방카가 오든 중요한 것은 올림픽 그 자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