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패션에도 엄연히 품격이 있습니다. 한국산 제품의 품격을 미국과 유럽 못지않게 끌어올리겠습니다.”
캐주얼 패션 브랜드 '프라이노크' 유주형 대표는 오는 3월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패션위크 참여 준비로 분주하다. 그는 올해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까지 진출한다는 시나리오를 구체화했다. 개인 브랜드이지만 국내 매출만 연 수십억원에 달한다.
고객 사이에서는 유 대표의 특이 이력도 화제다. 유년기 독일로 축구 유학을 떠났지만 스무살 무렵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대신 평소 관심 깊었던 패션 분야에 도전, 전문교육 기관 수련을 거쳐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지난 2013년 선보인 프라이노크의 수직 성장세는 '디자이너 유주형'의 역량이 통한 것을 방증한다.
유 대표는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과하게 튀지 않지만 개성을 갖춘 캐주얼 패션을 지향한다”면서 “유럽에서 살핀 패션 트렌드에 한국에서 공부한 디자인 기법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시즌에 따라 선보이는 신규 스타일은 30여개다. 유 대표 디자인을 거쳐 국내에서 생산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다. 그는 이른바 'K스타일'로 세계적 주가를 올린 한국 의류제조 역량이 브랜드 세련미와 궁합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차분한 색상을 앞세우고, 다양한 실험을 더한다. 정면을 평균 보다 크게 제작해 균형을 흩트린 모자가 대표 사례다. 긴 기장 코트와 패딩을 선호하는 최근 유행과 통하는 것에서 착안해 10여년전 유행한 '더플코트'를 재해석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한국은 캐주얼 분야에서 유럽에 비해 점잖은 성향이 남아있다”면서 “생각하기에 따라서 독자적 세련미를 발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인기는 해외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태원 쇼룸의 외국 고객 모습은 일상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구축한 영문 쇼핑몰도 주요 고객 접점이다. 도쿄패션위크 참여를 확정지은 것도 호재다. 유 대표의 장기 목표는 글로벌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브랜드'로 올라서는 것이다.
그는 “한국 패션산업은 휴대폰이나 반도체처럼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저평가돼왔다”면서 “이 같은 구도를 바꾸려는 패션 업계 움직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