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발 중국 쇼크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삼성, LG 등이 밀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자동차·기계, 조선·해양, 석유·화학, 철강·소재 등 우리 주력 산업은 수년째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력 산업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신산업 육성은 신통치 않다.
그럼에도 당장의 무역 실적은 화려하다. 우리는 2017년에 수출 5739억달러(15.8%), 수입 4781억달러(17.7%)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미국 수출 의존도가 36.8%로 감소하고 아세안·인도 등 신흥국 수출이 증가, 수출국이 다변화됐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3.6%로 역대 최대다. 수출 순위도 세계 6위에 올라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4위인 일본과의 차이가 10%로 좁혀졌다. 한·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내외 돌발 변수 속에서 얻어낸 값진 성과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누적된 문제는 그대로다. 반도체(57.4%)를 제외한 전체 수출액은 단지 9.9% 증가했을 뿐이다. 특히 수출을 주도해 온 가전(-22.5%)과 무선통신기기(-25.5%)의 감소폭이 컸다. 그동안 저하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회복됐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우리 산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우리 정부와 기업은 지난 50년 동안 경공업, 중화학공업, 중공업, ICT 산업 육성에 차례대로 성공했다. 그 결과 독일, 일본과 더불어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주력 산업을 모두 갖춘 세계 3대 국가가 됐다. 우리가 저임금, 숙련공, 공해산업으로 선진국의 산업을 가져왔듯 지금은 중국·인도 등 후발국이 같은 이유로 우리 산업을 가져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후발국과 경쟁해서 이기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선진국과 경쟁하면 승산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과 경쟁해 온 축적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과 역량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가 살 길은 1등 뿐이다'라는 선도 전략(퍼스트 무버)이 대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부문은 추격 전략(패스트 팔로어)에서 탈피했다. 문제는 우리 힘으로 모든 신산업을 선도 전략으로 육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략'은 힘을 특정 방향에 모으는 것으로, 일종의 편견 작용이고 꾀다. 그래서 제안하고자 하는 신산업 육성 전략은 '미래 변화에 편승한 추격 전략'이다.
전 세계 차원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바이오·의료, 삶의 질 중시에 따른 친환경·에너지, 선진국만이 갖추고 있는 치안·국방 등 안전, 국제 교류 증가로 커지고 있는 항공우주·전기교통,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지능정보·콘텐츠 등 지식 서비스 산업의 비약 성장이 예상된다. 모두 선진국이 독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각 산업군은 수조달러에 이르는 거대 세계 시장이다.
이상 우리가 육성해야 할 5대 전략 산업군을 'BEST-K'라고 할 때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이 세계 10~20위권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20년 동안 꾸준히 육성, 5위권 진입 로드맵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13개 혁신 성장 동력'은 이 가운데 선발 주자에 속한다. 5대 전략 산업군은 공공·안전이 중시되고 선진국의 높은 규제·통상 장벽을 국제 표준 활동과 외교로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래 변화 및 세계 시장에 밝은 기술 관료 확보와 함께 정부 혁신이 필수다.
남은 문제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이는 민간 주도의 선도 전략이 유효하다. 정부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소사이어티 5.0'과 같은 혁신 플랫폼을 지원하면 된다.
결론은 투 트랙으로 산업 전략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에 미래형 신산업 육성과 주력 산업 고도화 과제가 따로 있는 이유다. 2040년 무역 규모 2조달러 달성의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ctrim@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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