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목표가 집에서 태어나고, 집에서 결혼하고, 집에서 죽는 것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여가수가 한 말이다. 실제 그녀는 인생 목표 중 두 가지를 이뤘다. 이제 죽음만 집에서 맞으면 스스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평할 수 있다.
우리는 어디서 죽음을 맞을까. 우리나라 국민 70%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다. 이중 40%는 치료받던 병원이 아닌 낯선 시설에서 죽음을 맞는다. 개인이 평생 쓰는 의료비 25%가 사망 1년 전에 사용된다.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에 대한 갈망이 있다. 탄생은 기억할 수 없지만, 죽음은 기억과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편안한 죽음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실제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 교수 조사에 따르면 가장 바람직하고 편안한 죽음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21%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부담되지 않게 죽음(17.8%)', '마지막까지 명확한 의식 유지(9.1%)'를 꼽았다.
고통 없는 죽음은 쉽지 않다. 대부분 질병으로 사망하는 상황에서 잠이 드는 것처럼 편안히 죽음을 맞기 어렵다.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현대의학이 제공하는 지식을 총 동원해 삶을 연장한다. 이 과정은 '치료'인가 아니면 '연명'일까. 판단하기 쉽지 않다. 고귀한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치료행위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소생이 어려울 경우 고통 있는 삶을 연장하는 '연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가 전통 관념을 벗어나 개인 선택권을 중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관점도 바뀐다. 죽음에 있어 '자기결정권'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죽음도 한 사람 삶의 일부로 개인이 선택한다는 개념이다. 전제는 인위적 자살이 아닌 소생이 불가능한 임종기를 앞뒀다는 조건이다.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정보확보 욕구에서도 나타난다. 임종 예측 때 자신의 상태를 알기 희망하는 정도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전체 40%가 '가능한 치료법 유무 관계없이 구체적으로' 라고 답했다. 임종 전까지 예상기간(26.1%), 임종 전까지 예상기간과 가능한 돌봄 내용(15.2%)이 뒤를 이었다. 죽음을 원하는 장소는 전체 30% 이상이 '자신이 살 던 집'이라고 답했다. 유명 연예인이 집에서 죽음을 맞고 싶다는 말은 국민 상당수가 희망하는 조건이었다. 죽음으로 가는 여정도 삶의 일부이면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내달부터 환자 혹은 가족 전원 동의가 있을 경우 의료진 판단에 의거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임종과정에 접어든 환자가 자기결정에 의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법이다.
법 제정 배경에는 죽음을 원하는 환자 혹은 가족과 의료진 간 혼란을 방지하는 취지가 있다. 이면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문화적 변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대사회에 들어 죽음이라는 개념에 자기결정권이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웰빙'을 넘어 '웰다잉'으로 가는 시대적 요구에 사회 시스템도 변화한 것이다. 임종기 정의, 사망 시 보험,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가족 전원합의 등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준비 과정에 필요한 요소 등 정부·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