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자율주행자동차·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새로운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가 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실체 논쟁은 접어둔 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을 중심에 두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된다.
문제는 현실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물리·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조향·제어를 모두 스스로 하는 차)를 개발하고 통신(V2X) 기능을 넣어도 일반자동차가 공존하는 동안에는 진가를 발휘하기 힘들다. 돌발상황에서 사고가 났을 때 제조자와 운전자 책임여부도 분분하다. 이를 위한 기준조차 없다. 센서 데이터나 통신을 통해 얻은 데이터 중 어떤 것을 신뢰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기술과 현실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이를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에 산업 성공의 열쇠가 있다. 테스트베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1~2년 간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전망하고 예측하기 바빴다. 이를 선점하기 위해 미래 기술 개발에도 발빠르게 나섰다. 새해 숙제는 기술을 현실에 접목하는 작업이다. 그 시작이 테스트베드다.
올 해 주목할 '혁신 테스트베드'는 스마트시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성장동력으로 스마트시티에 주목했다.
정부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개발, 확산시킨 스마트시티 요소 기술을 하나로 모아 산업 효과로 잇는 방안을 마련했다. 통합 플랫폼을 추진하고 표준과 인증체계를 수립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새해에는 미래 스마트시티 기술을 총망라해 적용하는 국가 시범도시를 선정한다.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신기술을 국가전략프로젝트를 통해 개발, 시범적용하는 테스트베드도 지정한다.
◇스마트시티 정책 3개 축으로
문재인 정부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조성 △스마트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기존 성과 고도화·확산 등이다.
국가 시범도시는 스마트시티 모델이라고 불릴 만한 모든 기술을 총 동원해 백지상태에서 쌓아올리는 지역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가 주축이 돼 국가 시범도시 기본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시범도시를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서비스와 기술을 중심으로 설립할 것인지 조만간 결정된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연 초에 정부가 어떻게 스마트시티를 발전시켜 갈 것인지 대략적인 안을 발표한다”면서 “늦어도 1분기에는 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은 도시 재생에 스마트시티를 입히는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해 말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올 해 2월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도시재생은 기반시설이 노후화하면서 인구도 줄어들어 도시로서의 역할을 잃어가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뉴딜 시범사업에서도 스마트시티는 하나의 축을 담당했다. 시범사업 선정지역 68개 중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사업도 부산 사하, 인천 부평, 조치원, 경기 남양주, 경북 포항 등 5곳을 선정했다.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사업에는 기본 사업비 외에 추가 사업비와 컨설팅을 지원한다.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부산시 사하구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커뮤니티 공간(경로당 등) 전력 지원과 스마트 쓰레기 집하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상북도 포항시는 청년 창업을 위한 리빙랩 지원사업과 상권 활성화를 위한 스마트 광고 등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에 지정된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지역 역시, 스마트도시재생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성과 고도화를 위해서는 통합 플랫폼을 확산시켜야 한다. 지자체마다 방범, 교통, 환경 등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서비스와 지자체 간 시스템을 연계하는 통합플랫폼이 정부 지원 아래 보급되고 있다.
◇왜 스마트시티인가
스마트시티는 ICT를 활용한 도시문제 해결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을 서비스·산업 중 시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경제·사회 수준이나 도시 상황·여건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단순히 도시에 ICT를 접목하는 U시티 차원을 넘어선다.
선진국에서는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후변화 등에 적응하기 위해 스마트시티를 접목한다. 아시아 같은 신흥국에서는 치안·에너지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도입한다.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는 한국이 그리는 스마트시티의 구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시티는 도시공간에 ICT와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행정·교통·방범·에너지·환경·물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운용체계(OS)나 기업용 소프트웨어(SW)가 사회나 문화 프로세스를 담듯이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사업은 우리나라가 구상하는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구현한다.
이 모델이 수출되면 우리 기술뿐만 아니라 해외 문화까지도 전파된다. 스마트시티는 '모든 기술들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OS 또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스마트시티가 중심이 돼 자율주행자동차·드론 등과도 접목된다.
세계가 스마트시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도시화' 때문이다. UN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인구는 2015년 20억명에서 2030년 51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도시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 배경이다. 도시인구 증가분인 11억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매년 30만명 규모 신도시 120개를 건설해야 한다.
기존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시인구 급증으로 인해 에너지 소비량의 급격한 증가, 교통 혼잡 심화, 인프라 노후화 등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스마트시티다.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스마트시티 기술 시장이 2012년 61억달러에서 2020년 20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표준화 대상>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