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中 OLED 공장투자 '조건부 승인'

장비 재료 국산화비중 유지·기술유출 차단·차세대기술 국내 투자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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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투자를 승인했다. 한국 기업 OLED 공장이 해외에 건설되는 것은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발판으로 중국 TV업체 등으로 OLED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정부와 민간위원 20여명이 참여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개최하고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패널 제조 기술 해최 진출 승인안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전문위원회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소속 위원이 서명으로 의견을 집계해 왔다. 한국만 보유하고 있는 8세대 OLED 양산 기술을 처음으로 해외에 내보낸다는 점을 반영, 처음으로 오프라인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중국에 8.5세대 OLED 설비 투자를 허용하되 장비·재료 국산화 비중, 현지 보안 대책, 차세대 기술 국내 투자 등 세 가지 요구를 충족시킬 것을 주문했다. 해당 조건을 만족시켜야 현지 투자를 유지할 수 있다.

우선 중국 8.5세대 OLED 생산 라인에서 사용하는 장비·재료 국산화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를 주문했다. 자세한 비중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대형 OLED 양산 라인 현황에 비출 때 70%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현지에서 첨단 8세대 OLED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 대책을 철저히 준수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국내 보안 조직을 강화하고 정부와 합동 대책반을 꾸려 6개월마다 현지 보안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차세대 대형 OLED 기술은 국내에서 연구개발(R&D)하고, 차세대 생산 설비도 국내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내세웠다. 최첨단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가 현지 투자에 따른 여러 조건을 제시했지만 기업이 이를 수행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는 국내에서 양산하는 8세대 OLED와 동일한 설비를 중국 현지에 마련하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에 건설한 최첨단 10.5세대(P10) 라인을 최신 OLED 기술 R&D와 생산기지로 삼을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OLED 주요 장비와 재료 대부분을 국산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도로 사업 계획을 변경하거나 추가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부담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으로 최종 투자 심의 결과를 확정함에 따라 5개월 동안 지지부진을 면치 못한 투자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와 모바일용 6세대 플렉시블 OLED 사업을 위해 중국 투자를 결정했다. 8세대 OLED 패널 공정에서 골든 수율을 달성, 양산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광저우 정부가 함께 투자하는 만큼 투자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서 OLED TV 패널을 생산해 매출과 이익을 늘리고, 이를 국내 10.5세대 OLED와 6세대 플렉시블 OLE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계획했다. 광저우 8.5세대 OLED 라인 'GP3'에 월 6만장 생산 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투자 규모는 약 5조원이다. 광저우 생산법인 내 유휴 부지를 다져 놓고 새 공장 건물 공사를 시작할 준비를 갖췄다.

광저우에서 8.5세대 OLED 패널을 양산하면 OLED TV 시장을 더 빠르게 성장시킬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70만대인 OLED TV 패널 생산량을 2020년 65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원칙상 승인 신청을 접수하면 기술 심의 기간을 제외하고 45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기술 심사 기간을 합쳐도 최대 90일을 넘긴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7월 첫 기술 수출 승인을 요청한 후 중국과의 정치 갈등 문제와 기술 유출 우려가 맞물려 승인 결정이 지연됐다. 회사는 당초 9월께 현지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심사가 늦어지면서 정부 결정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표. LG디스플레이 중국 8.5세대 OLED 투자 관련 일정

7월 25일 LG디스플레이 광저우 8세대 OLED 합작법인 설립 발표

정부에 중국 OLED 투자 승인 요청

9월 18일 산업부 백운규 장관, 국내 대기업에 중국 투자 재고 발언

9월 19일 산업부, LG디스플레이 중국 투자 검토 위한 별도 소위원회 구성

9월 20일 1차 소위원회 개최

10월 18일 2차 소위원회 개최

10월 30일 3차 소위원회 개최

11월 30일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 개최

12월 26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조건부 승인' 결정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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