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아이폰X(텐) 페이스ID를 통한 금융거래를 허용했다. 농협은행은 페이스ID 하나만으로 올원뱅크 송금 거래를 할 수 있다.
그간 보안성 우려를 이유로 페이스ID 인증을 막았던 다른 은행도 우리은행과 농협의 얼굴인증 허용으로 재논의에 착수했다. 고객 편의성과 보안성을 놓고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아이폰X 얼굴인증 기술 페이스ID를 금융거래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은행은 페이스ID만으로 모바일뱅킹 올원뱅크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금액은 올원뱅크 최대 송금 한도이기도 하다.
별도 추가 인증 없이 얼굴인증을 금융거래에 허용한건 처음이다.
다른 모바일뱅킹에서도 비밀번호 등을 조합해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오랜 논의 끝에 얼굴인증이 지문 등 다른 생체인식 기술보다 안전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고객 편의성을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페이스ID+핀번호 조합의 '복합인증' 방식을 허용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보안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스마트폰 본인명의를 사전에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또 자체 핀번호를 추가로 입력해야 이체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명의 도용 등을 막는 1인1폰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과거 홍채 지문 등 생체인식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어 보안 취약점은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조재현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도 “핀인증과 본인 명의 스마트폰 진위 확인 등 이중의 보안장치를 통해 복합 인증 방식을 최초로 구현해 보안 우려에 대한 취약점을 사전에 방지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 KB국민,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페이스ID 허용에 대해 여전히 보안성 우려가 있어 추이를 좀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페이스 ID의 기술검증 이슈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고객 편의를 위해 페이스ID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간편 로그인, 지문, 패턴 등 보다 편리한 인증수단이 있는 만큼 아직 도입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폰 사용자들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경쟁 은행이 연이어 페이스ID를 채택한 만큼 도입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페이스 ID 기술에 대해 여전히 보안 검증이 안된 건 맞지만, 타은행이 도입했는데 우리만 계속 이를 차단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면 채널이 약한 지방은행들도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제주은행과 부산은행 등이 페이스ID 도입에 부정적이지만, 최근 경남은행이 일부 거래에 도입을 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 도입하는 추이를 지켜본 후에 결정할 것”이라며 “당분간 분위기를 관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정영일기자 wjddud@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