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 PC제조업계가 D램이 없어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주한 공공 조달 시장에 PC를 납품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오른 가격에도 핵심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이중고다. D램 특수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PC 제조사 다수가 PC용 D램을 구하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소PC업체 대표는 “연초 대비 D램 값이 폭등한 가운데 시장에서 아예 D램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비싼 값으로 D램을 사서 완제품 PC를 만들어 팔더라도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른 국내 PC 업체 관계자는 “공공시장 등 기존에 PC 납품 계약을 체결했지만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부품 공급 차질로 계약 위반 상황에 내몰렸다”면서 “납기를 지키지 못해 패널티를 받으면 내년 이후 수주에도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토로했다.
중소 PC업계에 유통되는 D램은 연초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기준 4GB PC용 D램의 세계 가격은 지난 2월 대비 33% 뛰었다. 중저가 PC를 주로 판매하는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마진이 남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일부 유통 마진까지 더해지면서 최대 2배 높은 가격으로 부품을 사야 하는 PC업체도 생겨났다.
D램 가격 폭등은 국내 PC업계 최대 시장인 공공 조달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일부 PC업체는 D램을 구하지 못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한 PC업체 관계자는 “공급 계약 당시 D램이나 SSD의 스펙과 제조사까지 명기했는데 급등한 가격에도 부품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어렵게 D램을 구해 생산해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 D램 등 PC 부품 가격 상승으로 계약 당시 금액보다 원자재 구매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판매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업체까지 나타났다.
대만산 D램 등 다른 부품으로 교체하기도 어렵다. 공공시장 특성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부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한 당시 사양대로 PC를 공급하지 못하면 계약 위반으로 조달 시장에서 '패널티'를 맞는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제조사가 공급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델, 휴렛팩커드(HP) 등 글로벌 PC 업체는 삼성이나 SK하이닉스와 직접 D램을 거래한다. D램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에 국내 중소PC업체는 전문 유통업체를 끼거나 시장에 풀린 D램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PC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마진을 노린 유통업체가 물량을 풀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제조사와 유통업체는 올해 수익이 크게 나지만 중소 PC 제조업체는 큰 어려움에 빠졌다”고 밝혔다.
<PC용 D램 고정 거래 가격 추이 (단위 : 달러 / 자료 : D램익스체인지)>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