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中 리커창에 "우리 기업 어려움 많다"…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등 현안 거론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난항을 겪었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 한국산 제품 반덤핑 수입 규제 등의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아+3(ASEAN+3)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저녁 리커창 중국 총리와 50분 간 회담을 갖고 양국 간 각종 교류 협력을 조속히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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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출처:청와대>

특히 문 대통령은 양국 기업들의 애로해소와 투자활성화를 위한 양국 간 경제 분야 고위급 협의체 신속 재개와 중국내 우리기업이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 철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 철회 등을 요청했다.

지난 7월 27일 문 대통령과 주요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구본준 LG 부회장은 계열사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중국에 팔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구 부회장은 “중국에서 한국 업체는 안 된다고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었다”며 “저희가 현대차에 공급을 많이 하는데 중국 정부가 막으니까 우리 배터리가 현대차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올 1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가동 중단됐다.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와 관련해 리커창 총리는 “중국 소비자 부분의 관심, 안전부분에서 유의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반덤핑 수입 규제와 관련해서는 “WTO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드 문제로 침체되었던 한중 관계로 한국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을 환기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해소되고 양국 간 경제·문화·관광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리커창 총리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에 개설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발전과 양국 금융협력 분야의 속도감 있는 추진, 미세먼지에 대한 양국 공동대응 등도 제안했다.

미세먼지 부분에 대해선 양국이 과학적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리커창 총리가 언급했다.

리 총리는 “중한 관계의 발전에 따라 일부 구체적이고 예민한 문제들을 피하긴 어렵지만, 중한 간의 실질협력 전망은 아주 밝다”며 “양국은 상호보완성이 강해 중한 관계의 미래는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 총리는 또 “중한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훨씬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무엇보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키 위해 노력키로 했다.

중국이 사드 보복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구체적인 조치들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회담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의 지적에 표정 변화도 없이 일관되게 잘 풀려 나갈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회담 모두발언에선 양국 관계와 관련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구보(九步) 진전을 위한 일보(一步) 후퇴라는 말이 있듯,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중국 고전에서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라는 글을 봤다”며 “오늘 총리와의 회담이 다양한 실질 협력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아직까진 봄이 완연히 오지 않았다며 좀 더 빨리 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리커창 총리는 이미 양국 관계가 해빙으로 가고 있어 국민들은 물론 기업이 체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동안에 양측은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뤄졌다”며 “중·한 관계도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금 대통령이 중국 고전을 인용해 중·한 관계가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고 말씀했는데 중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말이 있다”며 '봄 강물 따뜻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안다'는 '춘강수난압선지(春江水暖鴨先知)'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공동의 노력을 통해 중한 관계를 조속히 정상적인 궤도에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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