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관련 법을 손질하고 내년 초부터 대형 여객용 승합차와 화물·특수차에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설치 보조금을 지급한다. ADAS 장착 시 보조금을 주는 것이지만 2020년부터 미장착 차량 대상으로 고액 과태료를 물리기 위한 전 단계다. 당초 11m 이상인 여객승합차에 적용하려던 것을 9m 이상 차량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정부는 보조금 지급이 반 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성능 기준조차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 시범 사업이랍시고 개발한 ADAS를 장착한 차량이 만족스러운 안전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지난 9월 13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까지 발생했다. 성능 기준은 관련 업체에 정확한 개발·생산 가이드라인이 될 뿐만 아니라 안전도를 높이는 기술 개선 효과까지 발휘한다. 성능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보조금 지급,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 시한이 나왔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대형 인명 사고가 빈발하면서 일단 정책부터 내놓고 보자는 식으로 덤볐을 공산이 크다. 심지어 보조급 지급 대상 차량 시험을 대행할 공인 기관도 선정하지 않은 채 관련 보조금 예산(150억원)을 타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이전의 수많은 정부 조치에서 '임시 방편' '탁상행정'을 봐 오긴 했지만 이번 ADAS 장착 의무화만큼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졸속은 곧 인명 피해로 직결됨을 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시간에 쫓길 일이 따로 있지 ADAS 장착과 같은 중대한 차량 운행 장치 변화를 1년 만에 뚝딱 해낼 일도 아니다. 운전자 상태에 따른 효과 검증이나 유효 결과가 얻어질 때까지의 충분한 시범 운행 등이 전제돼야 한다.
나아가 대당 40만원 정도의 중앙·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규모라면 아예 차량 제조사의 기본 탑재와 같은 경우의 수가 없는지도 타진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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