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무인화… 클린룸 상주 직원 제로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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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신공장을 100% 자동화했다. 방진복을 착용하고 클린룸에서 24시간 상주하는 생산직 직원(오퍼레이터)도 사라졌다. 반도체 생산 라인 무인화 시대가 열린 셈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최근 '전자사랑모임' 회원 수십여명을 평택 공장으로 초청, 이 같은 사실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평택 1라인은 세계 최고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으로, 클린룸 안에 상주하는 오퍼레이터가 제로(0)”라면서 “직원 근무 환경이 더 좋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사랑모임은 삼성 반도체 퇴직 임원으로 구성된 친목 모임이다. 이 자리에 초청된 퇴직 임원 A씨는 “상당 부분 자동화를 이룬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고도화돼 있을 줄은 몰랐다”고 감탄했다.

조당 20~30명씩, 4조 3교대 24시간 근무 체제는 여전히 유지된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클린룸이 아닌 중앙관리실에 상주하면서 별도의 장비 조작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방진복을 입고 라인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장비가 잘 가동되고 있는지 검사하고, 한 차례 가공을 마친 실리콘 웨이퍼를 다른 장비로 옮기는 작업을 사람이 직접 했다면 최근에는 자동 설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최근 짓는 반도체 신공장은 고도화된 자동화 설비 덕에 라인 내 방진복을 입고 상주하는 오퍼레이터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5년 8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경기도 이천 소재의 SK하이닉스 신공장 M14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처음으로 공장을 둘러본 정부 고위 관료들은 라인 내 근무 직원이 매우 적어 깜짝 놀랐다. SK 관계자는 “기계가 다 자동으로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DB하이텍이나 매그나칩반도체 등 200㎜ 노후 장비를 운용하는 회사의 라인에선 아직도 오퍼레이터가 웨이퍼를 운반하는 등 생산 직원 비중이 높다. 그러나 자동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여서 시간이 흐를수록 라인에 투입되는 오퍼레이터 숫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반도체 설비투자와 매출액이 늘어도 고용 증가율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늘었지만 취업자 증가량은 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량(36만명)의 1%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단편 분석보다는 전체 경제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없던 자동화 기계장치 산업도 새롭게 생겨났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는 반도체 웨이퍼를 자동 운반하는 OHT(OverHead Transport)를 국산화했다. 이 장비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메스는 이 장비 생산을 위해 국내 여러 기계 협력사에 부품, 생산 외주 발주를 내고 있어 새로운 고용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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