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규의 스마트 시티 비전] 도시, 특이점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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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 수원시 제1부시장

인터넷과 재생에너지가 3차산업을 이끈다는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 한국에서의 한 화상강좌에 앞서 신문인터뷰에서 4차산업을 설파하는 클라우스 슈밥에 대하여 그 정의가 모호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1차 산업혁명은 철도와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한 기계에 의한 생산,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조립라인의 출현으로 인한 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와 메인 프레임, PC,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혹은 디지털혁명이라 했다. 4차 산업혁명은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더 저렴하고 작고 강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4차 산업의 특징이라고 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많이 언급되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은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말하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상징하는 용어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역사적 기점을 의미한다.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2005년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리프킨이 말한 대로 우리가 지금 3차 산업시대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슈밥이 말한 4차 산업시대에 이미 들어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더라도 레이 커즈와일이 이야기했던 기술적 특이점이 온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시점을 2045년 이라 했다. 이렇게 거창한 미래 예측은 아니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최소한 작은 특이점을 만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도시와 관련하여 ‘도시의 공기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은 원래 중세 도시에서 장원의 농노가 도시로 도망쳐서 1년을 보내고 1일을 더 살면 자동 신분 해방이 되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도시가 주민에게 주는 자유, 창의성, 역동성 때문에 이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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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그 도시에서 새로운 특이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며칠 전 아침 9시에 필자는 ‘시민의 정부 플랫폼구축’에 대해 수원시 직원들과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회의 주제가 지금 도시가 맞는 새로운 특이점의 단면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이른바 스마트시티의 한 모습이었다.

4차 산업과 스마트시티의 관계는 4차 산업의 핵심적 활동이 도시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버, 에어비엔비, 알리바바 등 세계적 혁신기업은 유비쿼터스와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세상에 내놓고 파괴적 기술혁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도시는 이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 지는 곳이다. 또한 오늘날 도시는 4차 산업의 공급과 수요가 일어나는 장소라는 수동적 개념에서 벗어나 도시 그 자체가 4차 산업의 상품(스마트시티 서비스로 이를 테면 전력과 수자원의 스마트 그리드 산업, 스마트 교통정보 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소비한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 아니 스마트시티는 4차산업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인프라의 계획, 설계, 구축, 운영에 ICT를 적용한 도시라고 일반적으로 이야기 한다. 도시 전체에 기업처럼 전사적 관리시스템(ERP)을 구축한 오클랜드, 도시의 모든 시설을 입체적으로 관리하는 싱가포르사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도시 공간과 운영 효율화 측면을 부각한 것으로 한정된 예산으로 시민의 늘어나는 서비스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다분히 공급자 즉 도시 정부의 시각인 것이다.

스마트시티의 다른 한 면은 정책수요자인 시민의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는 시민들이 직접 정책수립 과정 중에 참여하기도 하고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엔 코무’는 창당 1년 만에 득표율 1위를 기록하며 바르셀로나 시의 새로운 지방정부를 구성했다. 이 정당은 시민들이 정치의 ‘주인공’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온라인 투표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등 시민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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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추진하려는 ‘조례개폐온라인 플랫폼’, 서울시의 시민 제안 정책 플랫폼인 ‘천태만상 오아시스’, 수원시의 ‘시민의 정부 온라인 플랫폼’이나 ‘빅데이터 활용 민원예측 플랫폼’은 도시민의 수요를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스마트 시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최근 ‘스마트도시법(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시행과 관련하여 주무부서가 국토교통부가 된 것은 자칫 과거 신도시에 인프라 위주의 U-city 사업(시민들이 도시정보를 제공받고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사업)을 연상케 해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스마트 시티 사업은 단순한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앞서 말한 수요기반의 플랫폼과 일상적 도시생활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도시마다의 특색 있는 문제해결 솔루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과거 중앙정부가 신도시에 일정한 모델을 만들어 전국에 전파하던 기존 U-City 사업과는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스마트시티는 도시중심으로 추진하되 중앙은 가급적 도시와 민간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즉 도시 내부에서 시민들과 도시정부가 관찰을 통해 발견한 문제를 시민과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로 만들어 시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도시에 적용하는 작업이 다양하고도 지속적으로 시행될 때 비로소 우리는 스마트 시티 강국이 될 수 있다.

이한규 수원시 제1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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