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혈액 검사로 조기 진단…국내 기술 상용화 수순

국내 연구진이 소량의 혈액만으로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에 기업에 이전했다. 구체 증상이 없을 때부터 치매를 조기 진단, 치매 예방 가능성을 높인다.

묵인희·이동영 서울대 교수팀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국내 기업에 이전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뇌세포가 손상되기 전에 병을 진단하는 게 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원인 질환이다. 진행성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뇌세포가 손상되기 전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전에는 알츠하이머병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부검에 의존하거나 고가의 뇌영상 검사(베타아밀로이드 PET) 장비를 이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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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 손상 전,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 병의 유무를 알기도 어려웠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혈액 검사로 병의 유무를 알 수 있다. 기존 영상 검사의 90% 수준 정확도를 보인다. 고가 영상 검사와 마찬가지로, 치매 증상이 전혀 없는 환자도 진단 가능하다.

혈액 전처리 기술이 핵심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여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백질 일부가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기존에는 측정이 어려웠다. 혈액의 분해 효소와 결합해 불안한 측정치를 보였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처리 기술을 적용하면 혈액 내 베타아밀로이드 농도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혈액으로 치매 유발 단백질 측정이 가능하다.

베타아밀로이드 침착과 관련된 혈액 바이오마커도 새로 발굴했다. 2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했을 때 영상 검사의 90%에 이르는 정확도를 얻었다.

묵인희 교수는 “대부분 치매 진단 기술이 뚜렷한 치매 환자를 구분하는 방법이지만 이 기술은 증상이 없는 정상 단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기술을 적용한 체외진단키트를 상용화하는 게 최종 목표다. 국내 중소기업 메디프론디비티에 기술을 이전했다. 식품의약안전처가 '차세대 의료기기 100 프로젝트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선정해 향후 승인 과정을 지원한다.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한다.

이동영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시험 실패의 원인으로 대상군 진단의 정확성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이 기술을 토대로 정확한 대상군을 선별해 임상시험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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