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과 정부 역할

Photo Image

연일 쏘아 올리는 북한 미사일,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구축 등 쉴 틈을 주지 않는 안보 불안 뉴스로 아침을 맞는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사드를 빌미로 관광 억제, 한국 제품 불매,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시대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성공에 달렸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일자리창출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는 있지만 출범 5개월이 다 되도록 진도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왓슨'을 개발한 IBM 최고경영자(CEO) 지니 로메티는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에게 과감한 주장을 담은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당시 정보기술(IT) 기업인과의 회동을 앞두고 있던 트럼프에게 로메티는 “AI 데이터 사이언스부터 실무 교육까지 병행하는 새로운 학교를 미국 전역에 100개 만들겠으니 트럼프 당신이 도와줘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했다. 그 이후에도 로메티는 공식 석상에서 발언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양성된 '뉴칼라'라는 인재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움직일 것”이라고 계속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괴력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데서 나온다. 이런 변화가 개별 산업에 접목되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에는 세계 첫 무인슈퍼마켓인 '아마존 고(Go)'가 오픈했다. 카메라와 센서 기술이 쇼핑상품을 체크하고 손님이 매장을 나섬과 동시에 자동 결제되도록 했다. 동네마트에서 상품을 카트에 담고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사라진 것이다. 아마존 고 출현으로 다국적 백화점 체인 시어스는 연말까지 260개 점포를 닫는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해 산업이 재편되고, 그 과정 속에서 필연으로 사람 일자리는 변화되고 극심한 사회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AI와 빅데이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블루칼라(생산직 등 노동자)와 화이트칼라(전문 사무직) 역할은 갈수록 적어지고, 연구개발(R&D)하는 능력이 뛰어난 뉴칼라가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미래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이다.

IBM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 뉴칼라를 양성하는 'P(패스웨이)테크 학교'를 55개 설립,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미국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이미 많이 앞서 나가고 있고,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한국은 IT 강국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AI, 빅테이터, 3D프린팅, 드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센서, 자율주행 등에서 1등 기술이 단 하나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조선, 철강, 중화학 등 모든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대비책이 필요한 시기다.

4차 산업혁명은 정부보다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각종 산업 규제를 풀고 교육 개혁을 통해 산업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이 짧은 시간에 세계 중심으로 우뚝 서게 한 핵심 역량은 실리콘밸리에서 개방과 공유의 플랫폼 정신으로 혁신을 이뤘고, 결국 폐쇄성 강한 일본의 제조업 문화를 압도했다.

민간 주도로 출발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기업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 혁신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이끌기를 기대한다.

김태희 케이티에이치아시아 회장 kthasia1@naver.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