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42>AI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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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을 이긴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AI 기술을 논할 때 소프트웨어(SW)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SW가 돌아가는 기반은 바로 하드웨어, 즉 반도체가 주축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AI를 구현하려면 지금 PC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반도체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설계 방식이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뇌 모방 반도체입니다. 업계와 학계 용어로는 '뉴로모픽(neuromorphic:신경 구조와 유사한) 칩'이라고 불립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통해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의 뇌 처럼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높습니다.

Q:어떤 구조입니까?

A:뇌를 모방한 반도체, 즉 뉴로모픽 칩은 수많은 신호 스위칭 체계를 마치 사람의 뇌 세포처럼 구성한 구조입니다. 사람 뇌의 신경세포에 해당하는 뉴런을 다량으로 집적하고 이를 여러 갈래로 연결(시냅스)하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라면 병렬 방식으로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CPU는 순차 처리 방식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병렬 처리는 느립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범용 반도체 중에서는 병렬 처리 능력이 좋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기업이 이를 활용해 기초적인 AI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뇌를 모방한 AI 특화 반도체가 널리 보급되면 시장 구조도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Q:지금 반도체와 사람의 뇌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A:사람의 뇌는 100억개 신경세포와 10조개가 넘는 연결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 신경세포 처리속도는 초당 10회 수준입니다. 10Hz로 표기 가능합니다. 요즘 PC에 탑재되는 CPU는 연산 속도가 2GHz 단위입니다. 단일 연산 능력에서 사람의 뇌는 CPU와 비교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방대한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덕에 병렬 처리 분야에선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어떤 상황을 인지하고 계산하고 판단 내리는 능력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투입해야 할 자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세돌은 식사 한 끼로 5시간씩 앉아 바둑을 둘 수 있지만 알파고는 천문학적인 비용(전기료, 시스템 구축비)을 들여야 합니다. 새삼 인간의 위대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AI 칩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이죠.

Q:병렬처리가 왜 중요합니까?

A:AI를 구현하려면 컴퓨터를 학습시켜야 합니다. 기계학습, 깊은학습, 강화학습 등 여러 기법이 있지만 기본을 같습니다. 학습 알고리듬으로 사물이나 글자, 음성 등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사물을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반복적으로 입력합니다. 그러면서 이건 강아지, 저건 고양이 이런식으로 학습을 시키게 되죠. 물론 굉장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럴 때에는 순차연산보단 병렬연산이 보다 유리합니다.

Q:그것이 어떻게 AI가 되나요?

A: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차량 앞 범퍼에 붙은 카메라가 전방을 찍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영상을 분석해서 사람인지, 장애물인지, 차선인지 분간할 수 있어야 다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기초적인 인식 능력이 바로 병렬연산을 통한 기계학습, 깊은학습 등으로 이뤄집니다. 인지능력을 갖기 위한 과정이죠. 그러니까 우리 시대의 AI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Q:AI 반도체는 누가 만드나요?

A:인텔과 퀄컴, IBM 등을 포함해 한국에선 삼성전자도 이 분야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오는 뉴로모픽 칩 혹은 이러한 구조가 일부 적용된 칩은 진정한 AI 시대로 가기 위한 긴 여정의 과정물입니다. 이런 칩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진정한 AI 시대를 열면 우리 사회는 보다 풍족해질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처음 배우는 인공지능』 다다 사토시 지음, 한빛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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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학습, 깊은학습을 직접 구현해볼 수 있도록 도움말을 적은 인공지능(AI) 개론서다. 개발자에게 꼭 필요한 AI 기초 이론을 알려준다. 통계 이론, 기계학습, 깊은학습과 강화학습, 자연어 처리 등 AI 서비스 구축에 필요한 핵심 이론과 알고리듬을 설명한다. 분산 컴퓨팅과 사물인터넷(IoT) 등 AI에 필요한 인프라 기초도 다루므로 분야 전체의 개념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저자인 다다 사토시는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시작한 이색 개발자로 유명하다.

『제리 카플란 인공지능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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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AI 시대를 앞두고 상생과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제리 카플란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로 AI 윤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는 전작 '인간은 필요 없다' 서적에서 AI 시대의 도래를 일찍이 예견했다. 전작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그로 인해 변화될 부와 노동의 미래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면, '인공지능의 미래'에선 상생과 공존,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설명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최신 AI 연구 분야, 철학과 법, 부와 노동, 사회적 형평성 등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미래의 모습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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