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나 장관급으로 격하, 부위원장직도 없애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
문재인 정부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질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장 지위가 총리급에서 격하된다. 부위원장 2명 자리도 없어진다.
위상 약화는 물론이고 업무 추진동력, 역할 한계, 참여주체 격하 등이 우려된다. 출범도 늦어진데다 위원장 지위까지 낮아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공약이 선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0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총리급이 아닌 부총리급이나 장관급으로 낮아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효율적 운영과 실무 추진을 위해 총리급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장 지위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부총리나 장관급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민간에서 맡되, 총리급 지위를 부여해 부처 간 조정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이 기술뿐만 아니라 교육, 고용, 복지 등 여러 부처에 걸친 사안이라는 점에서 총리급으로 정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정부는 3분기 내 출범을 앞두고 '실용화·전문화'를 이유로 위원장직 지위를 낮췄다. 조직 구성도 슬림화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동으로 맡기로 했던 부위원장직도 없앴다. 위원장이 선임 이후 별도로 부위원장직을 둘 수 있으나, 현재로선 없는 구조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빠지면서 위원회 힘이 빠졌다.
당초 중앙부처 15명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4명으로 축소됐다. 범정부 4차 산업혁명 컨트롤타워로 주목받았지만 민간에 치우친 조직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 연관성이 높은 주무부처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되 전문성 높은 민간위원 참여를 확대하는 차원”이라며 “위원회가 '옥상옥'이 아닌 실제 일을 하도록 민간 주도 위원회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위원장 지위 격하를 놓고 부처 간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융합을 통한 신산업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가 '자문위' 역할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새 정부 과학기술 거너번스는 당초 대통령(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총리급(4차산업혁명위원회)-장관급(과학기술정보통신부)-차관급(과학기술혁신본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설계됐다.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장관급으로 내려가면 위원회 위상은 사실상 과기정통부와 동급이거나 하위 조직으로 전락한다.
일자리위원회가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신속히 출범한 것과도 비교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애초 국정기획위가 밝힌 8월에서 다음달로 출범 일정이 늦어진 상태다. 업계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이 중요한 국정과제임에도 출범시기나 조직 구성 등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가 컸는데 우려감이 높아진다”며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육성책을 마련할 위원회인 만큼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표명은 물론 강한 권한과 역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