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100일]첫 발도 못 뗀 4차 산업혁명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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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산업 분야 정책은 사실상 첫발도 떼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각 출범이 점쳐진다. 정부 조직 개편 핵심이던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직도 장관이 공석이다.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책임질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는 부처 갈등과 인사 파동에 발목이 잡혔다. 가계통신비 인하에 매달리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정책도 길을 잃었다. 국방·외교·사회 현안에 비해 산업 혁신 정책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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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는 당초 목표인 8월을 넘겨 9월 말~10월 초 출범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7월에 위원회 설치 시행령을 제정하고 8월에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현재 위원회 설치·운영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했을 뿐 국무회의 상정조차 미뤄지고 있다.

이달 중 국무회의를 통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도 공식 출범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위원회는 9월 말~10월 초에나 출범한다.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늦는 '지각 출범'이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일자리 창출과 함께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해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재건'도 구상에만 그쳤다. 신설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턱 없이 모자란 조직 및 인력 규모로 실망을 안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에 설치할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출범하지 못했다. 혁신본부는 범정부 과학기술 정책, 국가 연구개발(R&D) 예산·평가를 총괄하지만 '정상 출범'을 향해 갈 길이 멀다.

혁신본부 구상이 발표되자마자 연구개발(R&D) 예산 지출 한도 공동설정권, 예비타당성조사권을 내놓지 못하겠다는 기획재정부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정부 조직 개편에 관련 내용이 빠졌다. 정부는 황우석 사태 연루 의혹이 있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초대 본부장에 임명, 파문을 일으켰다. 박 교수가 임명 나흘 만인 11일 자진 사퇴, 본부 출범은 무산됐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중기부는 정부 역사상 청에서 부로 격상된 유일한 기관이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 정책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 부처다.

중기부가 출범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기관을 이끌 장관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인에게 장관직을 맡기겠다는 청와대 의중과 달리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인은 '백지신탁' 문제로 장관직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청와대의 인선이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새로 출범한 중기부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력 부처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의사 결정권자인 장관이 없으니 관련 사안을 힘 있게 밀고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중소·벤처기업 중심 성장 전략 수립도 시급하다.

기관 내부적으로는 조직 안정화도 급선무다. 부처 승격 과정에서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인력이 이관됐다. 이들이 새로운 기관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고 중기부 기조에 맞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 공석으로 남아 있는 실·국장 인선도 조속히 해결, 국가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ICT 분야는 평가가 무의미할 정도로 별다른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ICT 분야에서 '소프트웨어(SW) 강국, 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을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규제 개선, 생태계 구성, 공공 시장 혁신 등을 세부 과제로 발표했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ICT 산업 육성 진흥책은 없다.

반면에 가계통신비 인하에만 매달렸다는 시각은 지우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핵심 과제로 이행하고 있다. 밀어붙이기식 인위적 정책으로 통신사업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통신은 ICT 산업의 정점에 서 있는 산업이다. 무리한 통신비 인하로 투자 여력을 상실하면 통신 산업 성장은 더뎌지고 그 영향은 ICT 산업 전반에 미친다. 통신비 인하보다 통신 산업 육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ICT 산업 활성화 정책이 요구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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