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중국 OLED 오픈플랫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차이나스타(CSOT)와 티안마는 지난해 광둥성에 '주화'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건물도 세우기 전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받았다.

주화는 외부 개방된 공동 연구소를 표방하며 탄생했다. 스스로를 '테크놀로지 플랫폼 컴퍼니'라고 소개한다.

개요는 이렇다. 4.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테스트 라인을 갖출테니 재료, 장비, 부품 업체 누구나 참여하라는 것이다. 소재부터 패널 생산까지 일괄 공동 연구를 통해 각자 필요한 OLED 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하자는 취지다.

최종 목표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 개발이다. 잉크젯 프린팅은 OLED 디스플레이 가격을 낮출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양산 기술이다. 특히 TV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에 유리할 것으로 주목 받는다.

주화가 개방형 연구소를 지향한 이유는 명확하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힘을 모아 미래 시장을 선점하자는 데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OLED로 LCD 중심의 현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를 뒤집자는 것이다. 머크, 스미토모, 카티바 등 다수의 굵직한 글로벌 기업이 주화에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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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주화에 관심이 쏠리는 건 잉크젯 프린팅 기술 자체 때문만이 아니다. 약점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는 그들의 과감한 결정과 실행 자체에 있다.

개방형 공동 연구는 국내에선 보기 힘든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수직계열화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외부 협력보다 내부 자체 개발을 선호한다.

심지어 협력하는 부품·소재 업계도 줄이 세워져 있다. 뛰어난 소재·부품·장비를 개발해도 울타리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남이고 적으로 간주하는 문화다.

이런 이분법적 재단은 결국 우물 안 개구리를 낳을 뿐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상용화를 더디게 하고, 힘이 빠지게 만든다. 그러는 사이 기회는 사라질지 모른다.

국내 세계적 완제품 회사는 있어도 글로벌 소재·부품 회사가 적은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개방과 협력을 주저하는 사이 경쟁자들은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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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바의 OLED 프린팅 장비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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