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CPU 코어 상용화 사업 중단.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정책 과제로 의미 부여

발견된 문제점 해결 없이 10월 종료...도전 자체가 의미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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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국산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상용화' 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예산 95억원을 투입했지만 과제 진행 과정에서 발견된 국산 CPU 코어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사업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일반 기업이 도전하기 어려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과제였다는 점에서 결과물 도출 여부를 떠나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5년에 추진한 '국산 CPU 코어 상용화' 사업이 오는 10월에 종료된다. 정부는 이 사업에 더 이상 예산을 투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 과제가 끝나게 됐다.

이번 사업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CPU 코어를 상용화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알데바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코어A', 에이디칩스 '아크', 전자부품연구원(KETI) 코어인 '멘사' 등을 국내 팹리스 기업 8곳에 제공해 시스템온칩(SoC)으로 제품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2년 동안 팹리스 업체마다 약 4억8000만원이 제공됐고, 코어를 공급한 곳에는 약 1억원씩 총 9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 의견을 종합하면 과제 진행 과정에서 국산 CPU 코어 문제점이 적잖이 발견됐다.

A 업체 대표는 “국산 CPU 코어로 칩 구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완성품 제조업체에 제공할 소프트웨어(SW)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컴파일러 성능 개선, 디버깅 속도 향상 등 다양한 개선 사항이 나왔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용화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B 업체 연구소장도 “국산 CPU 코어는 로열티가 저렴하기 때문에 원가를 상당히 낮출 수 있고, 이에 상용화를 적극 추진했지만 문제점이 나와 당초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CPU 상용화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부닥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걸림돌 극복이 중요하지만 문제 해결은커녕 고스란히 숙제만 남겨 놓고 사업이 끝나는 게 현 상황이다.

이는 애초 기획에 현실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이 과제를 처음 준비한 2014년에 5년 동안 350억원(정부 250억원, 민간 100억원) 규모로 국산 CPU 코어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2015년 실제 사업을 시작할 당시 기간은 2년으로 줄고, 정부 지원 예산도 95억원 수준으로 감액됐다. “사업 추진 상황에 따라 추후 예산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당시 산업부의 설명이었지만 결국 마무리가 흐지부지하게 됐다.

C 업체 대표는 “중요한 것은 CPU 코어를 제공하는 기업 또는 기관의 지속 가능한 지원인데 미완 상태로 과제가 종료되면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D 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는 비교적 가벼운 칩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상용화에 도전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부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면 추후 확산이 이뤄지긴 어렵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됐어도 기술이나 성과의 연속성을 이어 갈 수 있는 방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과제가 시작된 이후 국산 CPU 코어의 존재 여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등 홍보 효과가 컸고, 실질적 개선 사항을 도출했다는 데 긍정적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상태에 그친다면 당초 목표이던 CPU 코어 수입 대체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일 과제의 연장이 아니더라도 이번에 본 성과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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