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갈릴레이 선언'까지 예로 들지 않아도 과학자는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과학으로 증명함으로써 사회를 발전시켜 나간다. 권력의 박해나 개인의 고난을 이겨낸 과학 방식으로 증명, 인류는 진보해 왔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대표 과학자 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스스로 침묵을 택한 것은 여러모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과총이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과학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해 놓고도 설문 결과 공표는 물론 관련 토론회까지 취소했다는 것이다. 과총은 응답 집단이 편중돼 있어 설문 취지에 맞는 표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이유를 달았지만 이것이 더 비과학이다. 그렇다면 취지에 맞는 표본을 미리 설정해 놓고 조사를 해야 했다는 이야기인가. 과학을 한다는 사람이 표본 추출 오류라니. 과학자들의 의견이 탈원전 반대로 더 많이 나오자 새 정부의 출범 초기 청와대와 대립하지 않으려고 택한 '자기 검열'이 더 솔직한 대답 아닐까.
요즘 탈원전 정책을 놓고 과학자 사이에선 우스갯거리가 넘치고 있다. 전혀 과학답지 못한 괴담 수준의 논리가 원전 반대 진영의 철학처럼 국민을 파고들고 있다. 오죽하면 “이렇게 가다간 다 죽습니다”가 원전 반대의 중심 논리로 자리 잡았겠는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원전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우리나라 원전이 사고를 낼 확률 계산식이 회자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과학자는 오로지 과학의 힘으로 얘기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히 설득되고, 논란은 가라앉는다. 과총이 택했어야 할 길은 탈원전 정책 반대 비중이 높은 설문 결과를 가감 없이 그대로 우리 사회에 내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왜 그런 생각인지 국민에게 과학 논리로 설명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탈원전과 관련해 더 치열하게 공방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 눈치 볼 필요도 없이 논쟁을 거쳐 과학에 걸맞은 답을 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과총이 먼저 이 논쟁을 피한 것은 과학자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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