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제조업을 일자리 '적'으로 보면 안된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상위 30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253개사의 고용인 수는 93만124명으로, 2015년 말에 비해 1만9903명(2.1%) 줄었다. 같은 기간의 10대 대기업집단 상장사 87곳으로 좁혀 봐도 총 고용인 수는 전년 대비 비슷한 비율(2.2%, 1만4161명)로 줄었다. 기업 규모 상위로 갈수록 일자리 감소분이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수치를 근거로 대기업은 일자리를 줄이는 주범으로 몰렸다. 국민 저변에 깔린 반기업 정서가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에도 깊숙이 작용하는 듯한 기류다. 불경기 속에 악전고투하고 있는 대기업은 수익만 챙기고, 일자리는 만들지 않는 부도덕한 집단쯤으로 여긴다.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우선 2016년 대기업 일자리 감소분은 조선·해운 등 한계기업 정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직접 원인이다. 한계기업을 정리하지 않고 일자리가 일정 기간 유지됐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중에 더 큰 문제로 터질 수 있다.

제조업의 공장자동화(FA)와 해외 이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분도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 단순 조립·반복 노동과 같은 절대 감소분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스마트공장 확산이나 운영 관련 시스템 관리 같은 고급 일자리는 늘고 있는 것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양면 성격은 있지만 일방으로 줄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4일 평택 반도체단지에서 첫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단일 반도체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직접 일자리 창출 효과만 무려 44만개에 이른다. 경기도 평택을 포함해 화성 등 이날 내놓은 추가 투자 계획만 37조원에 이른다.

아마도 이런 첨단 설비가 해외 어떤 나라에 세워진다면 그 나라 국민 전체가 환영할 일이다. 이미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기업의 연이은 투자를 품에 안고 기뻐하던 모습을 확인한 터다. 시각을 좀 바꾸자.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정부는 거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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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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