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72단 3D 낸드 시대 열었다… '박성욱 매직'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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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72단 3D 낸드 칩과 이를 적용해 개발 중인 1테라바이트(TB) SSD.

SK하이닉스가 4세대(72단) 3D 낸드플래시 웨이퍼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난제인 '황금수율'을 달성했다. 독자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활용한 솔루션 제품이 인증을 통과했다.

72단 3D 낸드플래시는 기존 방식보다 생산성이 30%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양산 체제로 들어간 4세대(64단) 3D 낸드플래시와 엇비슷한 생산성이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하이닉스가 선두 주자로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72단 256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모바일용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제품을 양산, 고객사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 4월 제품 개발 발표 후 3개월 만에 양산 체제 단계에 들어간 것은 이례로 빠른 일정이다.

통상 반도체 개발 완료 후 의미 있는 양산체제로 접어들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삼성전자도 4세대(64단) 제품을 지난해 8월 첫 공개했으나 본격 양산 발표는 10개월여가 흐른 지난 6월이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낸드플래시 개발 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정태성 사장 등 경영진은 크게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부회장은 그동안 4세대 낸드플래시 개발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삼성전자보다 개발이 1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박 부회장의 최후 패는 양산 일정만은 앞당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이닉스 내부에선 낙관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제품 개발 성과를 발표하고도 50%를 밑도는 수율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사실상 '수율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이 밤을 밝히며 연구를 거듭했다. 수율이 수직 상승했다. 어느새 삼성전자와 견줄 정도가 됐다.

수율뿐만 아니라 기술 완성도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나왔다. 독자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활용한 솔루션 제품이 내부 인증을 통과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외부 업체로부터 컨트롤러를 구입, 사용해 왔다. 이번에 내재화에 성공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욱의 매직'이 통한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기술 경쟁력이 세계 1위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에 양산한 3D 낸드플래시 칩은 셀 하나에 3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트리플레벨셀(TLC) 제품이다. 2비트를 저장하는 멀티레벨셀(MLC) 제품과 비교, '용량당 원가'가 유리하다. 72단 3D 낸드플래시는 기존 48단 제품보다 적층수를 1.5배 높이고 기존 양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 생산성을 30% 향상시켰다. 또 칩 내부에 고속 회로 설계를 적용, 동작 속도를 2배 높이고 읽기와 쓰기 성능도 약 20% 끌어올렸다.

독자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점도 성과다. 이번에 공급하는 72단 3D 낸드 기반 eMMC에는 독자 컨트롤러와 펌웨어가 탑재됐다. PCI익스프레스(PCIe) 인터페이스의 SSD에는 독자 펌웨어가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TLC는 MLC와 비교해 수명이 짧기 때문에 메모리 셀에 데이터를 집어넣고 읽어 들이는 SW 알고리즘이 중요하다”면서 “SK하이닉스가 TLC 낸드 기반 솔루션 제품에 독자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적용하고 인증까지 통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기술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6월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 미국 LAMD, 2013년 대만 이노스터, 2014년 벨라루스 소프텍을 차례로 인수하며 낸드플래시 컨트롤러와 펌웨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청주 M12 공장에서 7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3분기 중에는 경기도 이천 M14 신공장 2층에서도 3D 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연말 3D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이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양산 성공으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액 점유율 11.4%(13억4100만달러)로 마이크론(11.1%, 13억600만달러)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36.7%, 43억200만달러), 도시바(17.2%%, 20억1600만달러), 웨스턴디지털(15.5%, 18억1600만달러)이 낸드플래시 시장 강자들이다.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이 매각 건으로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빈틈을 노리면 점유율 확대가 좀 더 용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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