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로 나선 지 15년째입니다. 이제 전문 경영인이 제게 더 잘 어울리는 기성복 같습니다.”
김봉관 오리온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해 초 부임했다. 오리온테크놀로지 대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김 대표를 낙점했다. 오리온테크놀로지 첫 전문경영인 체제의 선장이 됐다.
김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종합상사에서 22년 동안 근무하며 철강 제품을 거래한 '상사맨' 출신이다. IT사업본부장(상무)을 끝으로 2001년 말에 퇴사했다. 이듬해 엔투비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새 출발했다. 2009년까지 회사에서 사업을 키웠다. 2002년 엔투비 합류 당시 300억원대이던 매출은 2009년에 8000억원대로 뛰었다.
2009~2014년에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MDS테크놀로지에 몸을 담았다. 5년 동안 MDS테크놀로지 사장으로 지내면서 성과를 냈다. 그 무렵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MDS테크놀로지를 인수, 연이 닿았다.
이후 업계를 떠나 계명대 전자무역학과 전임교수로 부임했다. 외도 기간은 짧았다. 1년 만에 학교를 떠나 다시 산업계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꿈이 대학교 교수여서 직장인 시절에 대학원을 다니기도 했다”면서 “'이제야 꿈을 이뤘구나' 싶었는데 막상 교단에 서니 적성이 맞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 즈음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오리온테크놀로지 지분 80%를 인수했으며, 김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 대표는 오리온테크놀로지가 성장 정체기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점은 계승하면서 단점은 개선해 나갔다. 기존의 부품 구매 프로세스를 통합·표준화, 연 단위로 바꿨다. 수의 계약 방식은 경쟁 입찰로 전환, 비용을 낮췄다.
오리온테크놀로지의 강점인 품질은 강화했다. 그는 “오리온테크놀로지는 글로벌 기업 제품을 라이선싱으로 생산하면서 엄격한 품질 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매주 품질회의에 직접 참석, 품질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테크놀로지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35%에 이른다. 선박 전장 제품, 산업용 디스플레이가 주력 제품이다. 산업용 디스플레이는 최근 내수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고 신뢰성 모니터링용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면서 “2020년까지 매출을 500억원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