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소 팹리스, 디자인하우스를 대상으로 MPW(Multi Project Wafer) 서비스를 시작한다. MPW는 웨이퍼 한 장에 여러 개의 연구개발(R&D)용 칩 시제품을 올려 제작하는 서비스다. MPW를 활용하면 시제품 생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그간 국내 파운드리 기업 가운데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반도체가 MPW 서비스를 제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MPW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국내 팹리스는 시제품과 양산을 맡길 파운드리 선택 폭이 넓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이 같은 파운드리-팹리스-디자인하우스 생태계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MOU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부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는 디자인하우스와 팹리스를 위한 MPW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오는 2분기까지 설계생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하반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선 미래반도체소자개발 5단계 투자협력 MOU도 맺었다. 이 사업은 산학연이 함께하는 반도체 R&D 문화를 정착하고, 대학의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정부와 기업이 1대 1 매칭으로 사업비를 마련하고 대학을 통해 소재, 공정, 장비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5단계 투자는 올해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5년간 약 110억원 내외 자금(정부 55억원+민간기업 55억원)이 투입된다. 4월 사업공고가 나고 7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생태계 구축 지원을 위한 MOU도 교환했다. 삼성전자가 IoT 개발 플랫폼 '아틱'을 제공하고 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4~5월 교육 수요조사를 실시한 뒤 7~8월 1차 교육을 실시한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정부, 기업, 학계가 손을 잡은 이번 MOU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상호 협력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의미가 있다”면서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도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정부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팹리스, 파운드리 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제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집중 육성해 4차 산업혁명의 파도에 늦지않게 올라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