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전자정부 체험관`으로 보호무역 쓰나미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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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과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하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에서 1990년대부터 대세이던 세계화 물결이 끝나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13억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3위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다행히 한국에는 위기에 뭉치는 지혜로운 국민이 있고, 세계 제1의 정보화 자산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세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한국의 전자정부다.

최근까지 한국 전자정부는 유엔 평가에서 3회 연속, 6년 동안 1등 자리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유엔 평가에서 3등으로 약간 후퇴했지만 이전 정부의 무관심과 냉대 등 정책의 무지를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한국 전자정부는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0~2016년 한국 전자정부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 공무원 수는 총 3236명에 이른다. 이들의 방한은 수출로 이어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전자정부 수출 총액은 총 21억6400억달러다. SW 무역 적자국인 한국에서 이 정도 수출 실적을 올렸다는 것은 사실 큰 성과로 봐야 한다.

정부통합전산센터 방문 기회가 주어지는 극소수 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한 공무원은 강사들이 준비한 비디오나 몇몇 개별 기관의 창구 방문으로 현장 체험을 대신한다. 그러나 전자정부는 하드웨어(HW)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고도의 다양한 서비스가 산출물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체험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효과 만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관이 없다. 방문자를 위한 특별한 콘텐츠도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전자정부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 공무원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이 한국의 발달된 전자정부를 자기 나라에 소개하면 한국 이미지가 좋아져서 한국 소프트 파워가 증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가칭 `전자정부 체험관`을 만드는 일은 아주 시급하다.

전자정부체험관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공무원이나 민간 바이어에게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자정부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한국 전자정부에 대한 믿음을 크게 높일 것이다.

또 전자정부체험관은 `전자정부 수출 지원센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정부 수출 상담을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뒤에서 밀고 기업이 앞장서서 이끌면 전자정부 수출은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전자정부체험관 건립 운영은 미래 전자정부 구축의 패러다임과도 일치한다. 미래 전자정부의 다양하고 개별화된 정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전자정부 이용자인 시민의 적극 참여가 필수다. 전자정부 체험관에서 시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 시민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다.

전자정부 체험관은 사이버 공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사이버 윤리 교육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건강하고 깨끗하고 생산성 높은 사이버 공간 구축을 위한 사이버 윤리 교육은 우리나라가 제4의 물결을 뛰어넘게 해 주는 성공 열쇠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전자정부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그동안 소홀히 해 온 전자정부 지원 업무를 활성화하고 있다. 행자부가 마련한 전자정부 2020에 전자정부 해외 진출 프로젝트가 들어 있다. 전자정부체험관 건립은 행자부의 이런 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0년 후 미래를 예견하려면 지금 10대들이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는지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전자정부체험관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제4의 물결`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센서, 가상현실(VR), 3D 프린터 등으로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20년, 30년 후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을 배출해야 한다. 전자정부 체험관 건립으로 트럼프가 몰고 올 보호무역 장벽을 넘자.

안문석 전자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ahnms@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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