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4일 `정치인과 자본가가 세상을 바꾼 적은 없잖아요`라는 제목의 한겨레신문 인터뷰 기사가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만을 담고 있다며 세부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병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반올림 측 인사 황상기의 주장을 3개면에 걸쳐 실었다.
삼성전자는 “한겨레신문은 삼성전자가 쓰는 화학물질이 수천 종인데 이를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전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 공개돼 있다”고 반박했다.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한관리 길잡이`란 제목의 이 문서에는 각 공정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유해 요인, 노출 시 증상, 관리 방법 등이 100여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설명돼 있다. 또한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는 이 법이 정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 현황과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과 보건에 관해 정부 산하 전문기관으로부터 매년 200차례 안팎에 걸쳐 각종 점검과 감독을 받고 있다”면서 반도체 사업장에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먼저 제3자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제안했다는 기사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3의 중재기구는 2014년 4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반올림이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에 제안한 방안이다. 이후 진행된 직접 협상이 난항을 겪자 2014년 10월 가족대책위원회가 조정위원회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다. 반올림과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가족대책위는 반올림과 함께 활동하던 피해자 혹은 그 가족 8명 가운데 6명이 반올림의 일방적인 협상 태도에 반발해 2014년 8월 독립해 구성한 단체다.
삼성전자는 반올림 측이 접수한 피해자 역시 근거 없는 숫자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기사에는 2016년까지 접수된 피해자가 300명이고 사망자가 79명이라는 반올림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지만 이런 숫자에 관해 근거가 제시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삼성전자는 반올림과의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명단 제출을 요청했지만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명단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피해자로부터 백지퇴직원을 받아갔다는 주장은 영화의 한 장면일 뿐이라며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기사에서 언급한 당사자가 자필로 서명한 퇴직원을 보존하고 있으며 확인이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 가족에게 500만 원만 지급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몇 차례에 걸쳐 지급된 치료비와 위로금 등의 증빙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주장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보상 대상 질병과 최소 재직 기간, 퇴직 후 발병 시기 등 보상 기준은 2015년 7월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한겨레신문이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3개면에 걸쳐 게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 “이 문제가 올바로 해결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한 기사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