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개성공단 중단 1년…고사 직면한 입주기업 “재가동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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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입주 기업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근로자를 최대한 도왔고, 지원금 지급도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반면에 입주 기업들은 보상 수준이 낮아 경영 정상화는 아직 멀었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실효성 자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북 제재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도 많다. 입주 기업들은 대부분 재가동을 주장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정치·외교 여건이 녹록지 않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입주기업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고사 직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총 124개다.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경영 정상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입주 기업들은 입을 모은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입주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업 운영자금 마련과 대체 공장 가동 등에 애로가 있고, 경기 침체로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3~5월 피해 실태를 조사해 303개(124개 입주 기업과 식당 등 영업 기업을 모두 포함한 수치) 대상 기업 가운데 261개 업체가 신고한 피해 금액은 9446억원, 전문 회계 기관 검증으로 확인한 피해 금액은 777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피해 금액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입주 기업 관계자는 “피해 금액 정산부터 기업과 정부 간 시각차가 컸다”면서 “처음부터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질 수 없는 체계였고, 우려대로 지금은 많은 기업이 고사 상태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정부는 토지, 공장, 기계 등 투자자산 피해를 경협보험제도를 바탕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업 원부자재, 완제품 등 유동자산 피해는 피해액 70%, 최대 22억원을 지원했다. 개성공단 주재원에게는 근로자 월 임금 6개월분을 지급하되 고용이 안정된 근로자에게는 1개월분을 지급했다.

정부 지원책을 두고 입주 기업은 “보상이 미흡하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7월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실질 보상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주장을 반박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1월 말까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근로자에게 총 5013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전체 예산 5200억원의 96.4% 수준이다. 개성공단 현지 주재원 총 804명에 대한 124억원의 근로자 위로금 지급도 지난해 12월 28일 완료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최대한 지원했고, 정상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아닌 다른 중소기업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입주 기업 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며 불신도 깊어졌다.

개성공단에서 신발을 제조하던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정보 유출을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 직전까지 기업에 정보를 주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면서 “입주 기업 지원금도 22억원 한도로 지급하는 상황에서 누가 정부를 믿고 사업할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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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입주 기업들의 관심사는 정부 추가 지원 가능성과 함께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에 맞춰졌다. 입주 기업 상당수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바란다. 그러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 효과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데다 정치·외교 상황이 복잡, 당분간 재가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1년 전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라고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 의도와 달리 북한 도발은 여전한데 피해는 오히려 우리 입주 기업이 많이 봤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최근 “정부의 섣부른 조치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얼마나 컸느냐”면서 “지금이라도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표명했다. 정 의장은 “사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더 크고, 앞으로의 남북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때에도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남중 통일부 정책실장은 지난달 “개성공단 문을 닫은 시점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2270호와 2321호가 나왔는데 (안보리 대북 제재가) 제한하는 부분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겠느냐. 많은 제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회의의 입장을 밝혔다.

입주 기업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재가동만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피해를 제대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7일 “개성공단 재가동이 입주 기업들의 희망”이라면서 “차기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핵 문제는 관계의 산물이니 관계가 악화하면 해결에서 오히려 멀어진다”면서 “외교가 문을 여는 방향으로 관계가 변화해 개성공단을 하루빨리 재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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