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다사랑중앙병원. 국내 알코올 의존증 치료 분야에서는 최고 명성을 자랑한다. 올해 개원 13년째를 맞은 병원은 미래 성장 동력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단계별 치료 프로그램 △양·한방 협진 △환자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료진 노력이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장은 “병원 성장을 말할 때 의료진이나 병상, 환자 수 등을 자랑하지만, 우리는 환자 치료 프로그램이 얼마만큼 개선됐는지 설명한다”며 “13년간 환자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치료에 필수 인력인 상담사를 확충하는 등 내적 성장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상태에 따라 관리병동, 개방병동, 재활병동 등을 거치며 치료받는다. 관리병동은 일종의 격리시설로, 외부와 단절된 채 알코올 해독 집중 치료가 이뤄진다. 이어 외박, 외출이 가능한 개방병동에서 단주 습관을 기르고 사회적응 운동까지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외래진료, 낮에만 병동에 머무르는 재활병동에서는 재발 방지와 퇴원 후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김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치료라고 하면 대부분 격리시설을 떠올리지만, 우리 병원 핵심은 개방병동”이라며 “9주간 외부와 연결된 채 알코올 유혹에서 이기는 법을 터득하고 술을 거절하는 법, 화를 관리하는 법 등 인지행동 치료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실제 개방병동 9주 과정을 수료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한 결과 수료집단 단주 기간이 610일가량 길었다.
단계별 치료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상담 역량도 중요하다.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거부한다. 술을 마시는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도록 상담치료가 필수다. 다사랑중앙병원은 환자 15∼20명당 상담사 1명이 배치된다.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의존증이 의심되거나 확진 환자는 6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치료가 시급한 환자만 200만명 정도다. 하지만 국내 알코올 의존증 치료 전문병원은 전국 7곳에 불과하다.
김 원장은 “대부분 진료과목이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알코올 의존증 분야는 병원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영역”이라며 “전문병원이라 해도 전국 1500병상 규모에 머물러, 상당수가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비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격리시설이 전부인 정신병원과 요양시설로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확산된다. 이런 인식 때문에 환자마저 입원을 기피하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다사랑중앙병원은 알코올 의존증 치료 인식을 정립하고, 과학화하는데 집중했다.
양·한방 협진 역시 노력 중 하나다. 해주클리닉은 전문 한의사가 참여해 침, 뜸, 한약 등으로 알코올 의존증을 치료한다. 자체 개발한 청간해주환은 `알코올 유도 뇌신경 세포 손상에 대한 보호 효과`로 논문에 게재됐다. 해외까지 알려지면서 글로벌 클리닉을 개소, 매월 10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환자를 진료한다.
김 원장은 “양·한방 협진은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 시너지를 낼 뿐만 아니라 외국인 환자에게도 차별화된 치료 방법으로 인식된다”며 “매월 평균 외국인 환자 10여명을 진료하며, 러시아 등에 한방 치료제 수출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