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이용자는 공용 충전소가 부족하다거나 접근이 어렵다는 말을 별로 하지않는다. 다만 충전기 이용 때 여전히 번거로움이 있었고, 심지어 찾아 간 충전소에는 충전기와 전기차 간 충전케이블이 없어 헛걸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전국에 가장 많은 공용 급속충전기를 구축한 한국환경공단이 발급한 카드로 충전하면 최소 네차례 카드 인식 절차를 밟아야 했다. 사용자 카드로 최초 인증하고 난 뒤 충전 종료 후 다시 인증한다. 여기에 충전(전기) 사용량에 따른 과금은 별도 신용카드를 이용, 충전 시작·종료 때 각각 인증하도록 설계됐다. 반면에 포스코ICT 등 민간 서비스 사업자 카드는 업체가 발급한 사용자 카드로 시작과 종료 때 각각 한 번이면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가끔 일어나는 통신 불능이나 케이블 접촉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다. 이때는 이런 복잡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추운 겨울 날씨에 실외에서 카드 인증이 한 번에 이뤄지지 않을 때는 짜증이 절로 나온다. 이 같은 불편함을 두 차례 겪은 후 민간 사업자 카드만을 사용, 환경공단 급속충전기를 썼다. 그나마 환경공단과 민간 서비스 업체 간 사용자 로밍(호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주말 이케아 광명점에 갔을 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충전소 위치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후 광명점을 찾았지만 설치된 8개 완속충전기 가운데 7곳에는 케이블이 장착돼 있지 않았다. 다른 공용충전소와 같은 일체형 충전케이블이 아니라 개인용 완속케이블을 휴대하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일부 전기차 제작사는 완속용 충전케이블을 차량 구매 때 제공하지만 문제는 충전 때 케이블과 커넥터 간 잦은 탈·부착으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광명점 충전소에 케이블이 연결된 한 곳의 충전기는 전기차 이용자 모임에서 안전과 편의성을 위해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충전기와 케이블이 분리되면 충전 때 잦은 탈·부착으로 케이블 커넥터 등에 이격이 발생해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 충전케이블을 고정시켜 기증했다”면서 “민간 시설물의 공용 충전소에 내연기관차 불법 주차도 제재해야 하지만 케이블 일체형 의무화 규정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한다는 이유로 장시간 주차장을 점유하는 일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길어야 20분 정도 충전하면 대부분의 차량 충전이 가능한데도 쇼핑이나 볼일 보는 내내 장시간 충전소를 점유하는 이용자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일이 발생한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