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조인성②] 키워드 ‘정우성’ ‘묵직함’ ‘패기’…그는 여전히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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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NEW 제공 / 글 : 이예은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지만, 조인성은 여유가 있었다. 내뱉는 단어와 유려하게 구사하는 문장은 유머러스한 그의 성격에 묵직함까지 얹어졌음을 증명했다. 어딘가 들떠 보이긴 했지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의 여파인 듯 했다.

왜 오랫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순리대로 해왔을 뿐이에요. 원래 ‘권법’(박광현 감독)을 말년 휴가 나올 때부터 결정했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영화를 할 줄 알았는데 (영화가 엎어지면서) 원하는 대로 안 되더라고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조인성은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했다. 제대 후,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노희경 작가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배우로써의 확실한 입지를 다져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저는 원래 모든 작품을 신중하게 골라요. 드라마는 드라마에서만 할 수 있는 소재가 있고 영화는 영화만의 소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더 킹’ 시나리오는 드라마에서는 할 수 없는 용감한 부분이 있어요. 한 인물로 투영해서 보는 세상이 매력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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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제공

포털 사이트에 조인성을 검색하면 정우성의 이름이 함께 뜨는 게 당연할 정도로, 그의 정우성 사랑은 유명하다. ‘비트’ 때부터 정우성을 보며 배우 꿈을 꿨다는 그는 ‘(자칭)정우성 덕후’를 자처했다. 실제로 인터뷰 진행 중, 정우성 관련 이야기가 반을 넘게 차지했다. 유독 말이 더욱 빨라지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생각 이상으로 애정의 정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형을 넘어서, 정우성은 그에게 동경하는 멘토와 같은 존재였다.

“우성이 형이 있어서 이 영화의 무게가 더 실린 것 같아요. 그 이름값과 존재감 만으로요. 또, 우성이 형과의 만남은 인생에 살면서 어깨에 기댈 수 있는 선배를 만난 거잖아요. 극중에서 제가 거의 이끌어가다 보니,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겠어요. 그 때마다, 우성이 형이 잘하고 있다고 해주시니까 거기서 오는 위로와 확신이 있었어요. 지금껏 주인공을 하면서 다른 후배한테 제가 그랬지, 다른 사람에게 제 부담감을 보여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의지할 데가 생겼으니 어깨가 가벼워졌어요. (정)우성이 형을 보면, 저의 배우 길도 보여요. 이번 ‘더 킹’에서처럼 주인공도 하면서 상징적인 존재로 들어가서 멋있게 후배를 받쳐주고 계시잖아요. 제가 직접 이런 상황의 실체를 봤으니까, 저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요.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요”

‘더 킹’에서 박태수로 분하면서 권력의 밑바닥을 발견할 결과일까. 인터뷰 내내 현 시국에 분노하고, 답답해하는 조인성은 힘이 가득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문제의 인물들의 이름을 줄줄이 말하고 뉴스에서 본 사실과 촛불 등의 키워드를 언급하는 그는 꼭, 영화 속 초년 검사 시절의 박태수가 스크린 밖으로 나온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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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제공

“지금 시국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장이지 않나요? 저 같이 무지한 사람이 배울 수 있는 기회에요. 저처럼 관심이 없고, 외면했던 사람도 관심 쏟게 되고 반성하게 되요. 제가 외면해서 이런 결과가 일어난 게 아닐까 하면서요. ‘더 킹’을 통해선 세련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 떠오르는 건, 저희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 시국이 맞물린 거예요. 그런 것들이 자연스레 스며들어서 나오는 울분이 카타르시스와 공감을 드릴 것 같아요.”

어느덧, 조인성은 데뷔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데뷔 초반, 잘생긴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 옆에 꼭 붙어있던 ‘연기력 논란’은 이제 그와는 상관이 없는 단어다. 그간 쌓아온 내공으로 배우로써의 저력을 제대로 증명 중인 조인성의 연기를 계속해서 보고 싶은 게 욕심은 아닐 것이다. 다행히, 드라마와 영화의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영화 쪽으로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그의 말은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대를 자아낸다.

“애썼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자리까지 온 게 신기해요. 처음에는 여기까지 올 줄 몰랐어요. 막연했죠. 인기가 없다거나 위치가 변한다고 해서 그게 평생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정)우성이 형과 새해문자를 주고받은 게 생각나요. 다른 거 다 빼놓고 새해에는 더 건강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술도 자주 먹고요. 술을 먹는 건, 건강해서 계속 얼굴보고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