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의 이슈탐색] 뉴진스의 공개 저격…하이브의 옹졸함이 불러온 예정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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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사진=영상캡처

결국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하이브에 반기를 들고 나서고 말았다.

뉴진스의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11일 오후 공식 유튜브 채널이 아닌 별도의 개인 유튜브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하이브에게 부당한 처사를 멈추고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를 복귀시킬 것을 촉구했다.

지난 4월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 간의 갈등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후,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적으로 이와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이나 요구사항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 멤버의 유대감을 고려할 때, 하이브에 대한 반기는 시간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이라는 예상은 많았다. 하지만 뉴진스가 이처럼 직접적이고 급진적으로 하이브 공개 저격에 나설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사실 뉴진스의 이런 행동은 하이브가 자초한 면이 크다.

잠시 시간을 5월 31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민희진 전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인용 판결을 이끌어내고 2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시 민희진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인은 "이후 하이브가 이사회나 주총에서 다시 민희진 대표의 해임안을 안건으로 올릴 수도 있다. 그때는 다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 같다"라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우려는 정말로 현실이 됐다. 8월 27일 열린 어도어 이사회를 통해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브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밑작업을 진행했다.

첫 번째는 (민희진 전 대표 측의 주장에 따르면) 어도어 이사회 소집 '일주일 전' 각 이사에게 통지해야한다는 정관을 '하루 전'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민희진 전 대표가 이번에도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이나 다른 방법으로 맞서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두 번째는 민희진 전 대표에게 어도어와의 주주간계약을 해지하는 취지의 통보를 함과 동시에 법원에 계약 해지의 확인을 구하는 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앞선 임시주주총회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 근거가 주주간계약에 있고, 또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민희진 전 대표를 2026년 11월까지 대표이사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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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사진=DB

'무슨 일이 있어도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행보다. 이와 관련한 하이브의 공식적인 입장은 '상법과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이지만, 그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꼼수를 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민희진 전 대표 측의 주장처럼 주주간계약의 유효성과 이를 해지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법적인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한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하이브는 신임 대표이사 선임안이 통과되자마자 곧바로 '민희진 지우기'에 돌입했다.

먼저 민희진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도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는 계속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면은 단 2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에 불과했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어도어의 경영 사정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어도어의 필요에 따라 대표이사가 판단한 경우' 등의 주관적인 사유로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해 두었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도 어도어 측은 '회사 내부에서 협의를 통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통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민희진 지우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로부터 며칠 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했던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어도어 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작업해 업로드했던 뉴진스 뮤직비디오 및 관련 영상 및 채널, 앞으로 업로드 예정이었던 영상의 삭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어도어 측은 ''ETA' 뮤직비디오 디렉터스 컷 영상에 대해서만 게시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며, 용역 계약에는 뮤직비디오는 물론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권리도 모두 어도어의 소유다. 어도어의 승인 없이 뉴진스 IP가 포함된 영상을 돌고래유괴단 채널에 게재하는 것은 용역 계약 위반이다'라고 해명했으나, 신우석 감독은 "우리가 업로드하는 모든 콘텐츠와 채널은 이미 3사의 합의가 있었다. 영상 업로드에는 문제가 없다. 어도어 김주영 대표, 이도경 부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어도어의 주장처럼 '계약서상'으로는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표기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도어의 대표이사가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돌고래유괴단이나 반희수 채널 등에 업로드된 뉴진스 영상은 아무 문제없이 플레이되고 있었다. 회사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합의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역시 민희진 전 대표 쪽 사람으로 분류되는 신우석 감독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일이 거듭해서 벌어지니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있던 기간을 '공백의 3년'으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버스터 콜'을 발동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드는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지경이다.

민희진 전 대표를 변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민희진 전 대표도 과(過)가 있는 사람이다.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를 사유화하려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사내 성희롱 은폐 의혹이나 무속 경영 의혹 등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명확히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하이브가 보여준 행태는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옹졸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다'이다. 지금의 하이브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옹졸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오직 '민희진 지우기'에 혈안이 돼 세련되지 못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어도어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져야 할 뉴진스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결과로 돌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브의 옹졸한 힘겨루기로 인한 피해는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국정감사에 불려 가도 이상하지 않을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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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사진=어도어

라이브 방송에서 뉴진스는 '9월 25일'이라는 마지노선을 설정했다. 이 날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어떤 법률 용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이브의 옹졸함이 불러온 예정된 참사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