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뇌물공여·횡령·위증 혐의 적용…구속 땐 조직개편 등 차질
특검이 법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삼성은 즉각 “청탁과 대가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법원 영장 실질 심사 절차가 남은 가운데 삼성그룹은 초유의 현직 최고경영자(CEO) 공백 상태를 맞았다. 인사와 조직 개편은 물론 미래 성장 동력 투자와 인수합병(M&A) 결정이 어려워졌다. 특검은 삼성에 이어 재계 총수 수사를 이어 갈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횡령, 국회 위증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정부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 측에게 430여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봤다.
삼성은 비상 상황에 빠졌다. 법원 영장실질심사 과정이 남았지만 현재로서는 기각 여부가 불투명하다. 법원 구속 여부는 이르면 18일 결정된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당장 올해로 미뤄진 그룹 인사와 조직 개편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 등 지배 구조 개편 작업도 중단 위기에 놓였다.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도 경영 공백을 비켜갈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준비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오너 공백은 하만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하만 소액주주들이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정상이라면 하만을 인수하는 이 부회장이 주주를 상대로 설득 작업 등을 벌여야 한다. 이것마저 불가능해졌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최근 수년 동안 전개한 M&A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2~3년 동안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비브랩스, 조이언트, 하만 등 글로벌 기업을 M&A했다. 수십여개 기업에는 지분도 투자했다. 인수한 기업과 협력해 삼성페이, 사물인터넷(IoT), 전장부품 등 미래 사업을 만들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의사결정 공백 상태에서 보수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재계 우려도 커졌다. 삼성에 이어 특검 수사가 예정돼 있는 SK와 롯데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재계 전체로 특검 수사 후폭풍이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를 구속까지 시켜야 하는 사안인지 모르겠다”면서 “사태 본류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은 조사하지 않고 다루기 쉬운 기업인만 공격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동력을 잃을 것으로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법원에서 정확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게 골자다.
삼성은 “특검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면서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