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영장]삼성이 멈춰섰다…전환기 모든 결정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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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재계 1위 삼성이 멈춰설 위기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수뇌부 전체에 대한 구속영장은 면했지만 경영 차질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검은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삼성으로서는 그룹 수뇌부 집단 공백 사태는 면했지만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최지성 부회장 등은 계속 구속 수사를 받는 만큼 정상 업무 수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그룹은 전환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변화가 예상됐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등 지배 구조 개편, 금융지주사 체제 마련, 국내 기업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인 하만 인수 마무리 등 굵직한 이슈가 눈앞에 놓인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모든 변화가 지체 또는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삼성은 상반기 중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등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엘리엇이 요구한 주주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인적 분할 후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 구조 개편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이 사실상 처음으로 지배 구조 개편 계획을 공식화한 발표였다.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없다면 개편 작업은 속도를 낼 수 없다.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밝힌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역대 최대 규모 M&A인 하만 인수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이 약 9조원을 들여 인수하는 하만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첫 작품이다. 삼성은 올해 3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그러나 하만 인수에 일부 주주가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구속 영장으로 이 부회장이 물리력으로 직접 하만 사태를 수습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란 우려다.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 기능이 마비되면서 삼성의 주요 의사 결정, 일상의 대내외 일정 모두 연기되거나 불투명해졌다.

올해 삼성그룹 신입사원 채용 계획도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만4000명을 채용한 삼성그룹은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조차 못했다.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 이후 그룹사별 인력 구조에 알맞은 신규 인력 채용안 등을 수립하지만 모든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부회장이 주도해서 챙겨 온 신사업인 전장부품, 바이오 등의 투자 지연도 제기된다. 삼성은 국내외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그룹 신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과 바이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왔다. 이런 투자의 이면에는 이 부회장 의지가 반영돼 있었다. 신사업 강화 지속을 위해 관련 기업 투자, 인수가 활성화돼야 하는 시점이지만 모든 게 불투명해졌다. 그룹 수뇌부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선 위험 부담이 큰 투자나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의 대외 신인도 하락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도 심각한 문제다. 미국과 유럽은 반부패를 강조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삼성 신인도는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해외 사업장에서는 상당한 동요가 일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에서는 현지 직원들이 이 부회장 구속 사태 등을 보며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는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 이 부회장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부회장이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가 합당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기업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동안 쌓아 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함은 물론 기업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구속 수사로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 신인도가 크게 추락,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이 부회장 구속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 하려는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사법 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