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는 2016년 세밑을 모처럼 가족 나들이로 상하이에서 보냈다. 질곡의 근대사를 간직한 상하이 시내에서 제일 먼저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뜻밖에도 핸들에 QR코드를 선명히 새긴 오렌지색 자전거였다.
본능적인 관심으로 질문을 던지는 필자에게 가이드는 “모바이크(Mobike·摩〃單車)라는 벤처가 제공하는 `자전거판 우버`”라며 “불과 몇 개월 만에 상하이 시민이 애용하는 자전거 공유서비스 플랫폼으로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는 부근에 자전거 수십 대가 배치된 상황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보여주며 “성공 비결은 어디서나 1위안(약 170원)으로 이용가능한 요금과 심플한 서비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말로 이용방법은 간편했다. 스마트폰에 모바이크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자전거를 검색한다. 이용할 자전거 핸들과 뒷바퀴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수십 초 내에 잠금 장치가 자동 해제된다. 목적지 도착 후 열쇠를 채우면 자동적으로 알리페이 등으로 결제된다.
무엇보다도 기존 대여 서비스처럼 빌린 장소에 자전거를 반납할 필요도 없다. 2016년 4월 서비스 개시 후 상하이에만 벌써 약 10만 대가 운용되고 있어 웬만한 곳에서는 금세 자전거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는 베이징과 광저우, 선전 등에도 서비스를 개시해 벤처업계 성장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왕샤오펑(王曉峰) 모바이크 CEO는 우버 테크놀로지 상하이 대표로 근무할 당시, 중국에서 매년 심각해지는 교통정체와 대기오염을 자전거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주력한 것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도난 염려 없는 자전거 개발이다. 타이어는 정기적으로 공기를 주입할 필요가 없도록 튜브 없는 제품을 이용했다. 또 GPS와 통신용 SIM카드를 내장해, 자전거 위치 파악과 인터넷을 통한 잠금 해제를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모바이크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텐센트 등으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 받는 등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아직 이익을 내진 않았지만, 모바이크는 앞으로 도시 및 국가 단위로 사람·사물·장소를 연결하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플랫폼으로 성장할 조건을 갖췄다고 유추할 수 있다.
모바이크로 인해 상하이가 단기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자전거 공유도시 모델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모바이크는 `스마트 자전거 플랫폼 도시 플랫폼`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고 도시문제를 해결할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할 잠재성을 품고 있다.
아울러 다가올 자율형 퍼스널 모빌리티 시대에 모바이크는 각종 이동수단과 연계되는 시민 중심의 공공 교통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의 자동차 중심 도로공간을 재설계하고, 녹색도시에 부응하는 스마트 이동성을 지원하는 도시 인프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또 모바이크를 이용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실시간 도시 공간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단순히 사람의 이동과 목적지를 연결하는 교통 플랫폼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이용자 동선 추적을 통해 새로운 네트워크형 산업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모바이크 모델은 우리의 제4차 산업혁명 전략에 귀중한 함의를 던진다. 그것은 기존 도시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입히고 GPS기술과 빅데이터를 접목함으로써,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생활자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결집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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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규 IP노믹스 전문연구위원 hawo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