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주요 산업 정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선도자(First Mover)`다. 이는 그동안 `추격자(Fast Follower)`에 머물러 있던 우리 산업을 선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명제에서 출발한다. 선도형 산업 형태로의 변화는 혁신을 의미한다. 산업 컨트롤 타워가 강력한 혁신 마인드와 전략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마저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 산업 정책을 정비하고 우리보다 발 빠르게 나가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적어도 8년 이상 산업 혁신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
경쟁국들의 국가 장기 산업 정책 재정비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비슷한 기간 우리나라 산업 정책은 컨트롤 타워 부재와 부처 간 불협화음으로 허송세월했다. 산업 현장은 물론 산업 정책도 아직 추격자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선도형 산업 정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의 강점을 기존 제조업에 이식하는데 정부 역량을 집중한다. 대표 산업 정책이 바로 2015년 10월에 발표된 `신미국혁신전략(New 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이다. 그러나 이는 2009년과 2011년에 이은 세 번째 산업 정책 결정판으로, 정책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산업 정책 핵심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경제 성장 토대 장기 마련이다. 경제 성장 근간을 산업에서 찾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선점한 플랫폼을 기존 제조업과 문화 콘텐츠 등 다른 산업과 융합시켜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도 정비를 선도하고 대규모 실증 사업을 전방위 지원한다. 차세대 자동차 핵심으로 떠오른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미니도시와 택시, 버스 등 실증 사업이 정부 주도로 착실하게 추진되고 있다.
독일은 강점인 제조업에 ICT 혁신을 받아들이고 서비스로 확산시키는 정책을 지향한다. 지멘스 등 자국 글로벌 기업의 제조 혁신 노력을 정부 차원의 산업 전략으로 뒷받침, 서비스 분야로의 확산을 촉진한다. 독일 산업 혁신 정책도 10년이 넘는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미 2006년에 시작한 `첨단기술전략`이 2010년 `첨단기술전략 2020`을 거쳐 2014년 `신첨단기술전략`으로 고도화됐다. 하부 전략으로는 제조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산업 정책이 정책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일본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역량 결집이 특징이다. 올해 4월 로봇, 인공지능(AI) 등에서 확보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와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혁신 프로젝트를 전개한다는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이 대표한다. 데이터 활용에 중점을 두고 인력 및 기술 개발 등 7대 전략을 추진한다. 무엇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하는 미래투자회의를 신설하는 등 전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또 2020년까지 고속도로 자율 주행을 구현하는 등 목표를 구체화, 국가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중국은 거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빠른 추월 전략을 추진한다. 중장기 산업 육성을 위한 `인터넷 플러스` `중국 제조 2025 전략` 등을 통해 제조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도 급한 우리나라에 중국의 움직임은 큰 위협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도 과감한 혁신에 적극 나섰다. 드론, 전기자동차, 전자상거래 등은 이미 선진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산업 혁신 정책을 발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IT 인프라와 제조 기반, 경쟁력 있는 에너지 산업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민·관이 역량을 모아 신속 대응한다면 산업 혁신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