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은 2세대 전기차 모델 출시로 지금보다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 전기차 주행 성능과 부족한 충전인프라 인식이 해소되면서 시장 환경이 나아졌다. 여기에 유럽과 중국 등 국가 위주로 미국 전기차 의무판매제(ZEV) 같은 시장 규제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기차 판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새해에는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달리고, 차 가격도 3만달러대까지 낮춘 2세대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전기차 대중화가 임박하면서 기존 자동차 업체와 부품 업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관련 분야에 소홀했던 업체들이 향후 친환경차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에도 기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전기차 및 관련 분야에 뛰어들었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한 국산 업체도 에너지 밀도 향상 등 기술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행거리 300㎞…2세대 전기차 시대
한 번 충전 후 기존 전기차(BEV)보다 두 배 이상 달리고 가격까지 대폭 낮춘 전기차가 잇따라 출시다면서 시장 전망은 더욱 밝다. 미국 GM과 테슬라가 새해 주행거리 300km 이상, 가격 3만달러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이와 함께 배터리 크기를 늘리지 않고도 같은 공간에 지금의 배터리 용량보다 1.5배 이상 많은 배터리가 나오면서 BMW, 르노 등도 기존 주력 전기차 모델에 신형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새 전기차를 바꾸지 않고도 구형 전기차로도 25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 소홀했던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전통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장 기대감을 더 했고, 폭스바겐도 2025년까지 연간 100만대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다임러 역시 새 전기차 브랜드 `EQ`를 발표하며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15~25%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새해 전기차 기획·개발 전담팀을 조직해 2020년에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달리는 전기차를 개발한다. 배터리는 올해 초 신설된 자사의 전지재료기술 연구 조직을 통해 개발할 예정이어서 도요타 전기차 성능 기대감은 더욱 높다.
◇전기차 대중화…관련 산업도 변화
전기차 대중화로 관련 산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계통과 연계된 충전인프라가 등장하면서 배터리와 같은 관련 부품, 에너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전기차 절반 이상의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2014년 380달러에서 최근 200달러 이하까지 떨어져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LG화학과 삼성SDI, 파나소닉 등 기존 배터리 업체들과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테슬라·BYD 등 전기차 업체 간 경쟁도 주목된다. 모터와 인버터 같은 전기차 구동 부품 업체도 기술 개발로 원가를 줄여나가고 있다.
전기차 후방산업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용으로 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재활용하는 에너지 신사업 시장이 생겨났고,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를 가정이나 상업용 시설 에너지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V2H(Vehicle to Home) 등 사업모델도 발전하고 있다.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전문 업체 등장도 관련 산업의 큰 변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복잡한 부품이나 파워트레인 비중이 크게 줄어 공간활용도를 부각시킨 디자인의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 충전인프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14년 북미와 유럽·아시아 지역에 설치된 100만기의 전기차 충전기는 오는 2020년 1200만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480만기의 충전기를 구축한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 충전 인프라, 전력 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지능형 IT의 융합이나 전력 관련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국내 관련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별 전기차 보급지원 정책>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