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ICT `DNA` 심은 삼성 바이오, 플랜트 새 모델 제시한다

`제2 반도체` 신화를 외치는 삼성 바이오사업이 기지개를 편다. 삼성이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노하우를 바이오에 접목한다. 글로벌 선두 추격과 새로운 바이오 공정모델로 주목받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대형 트랙레코드(생산실적) 6건을 기록하며 의약품위탁생산(CMO)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했다. 내년 제2공장 상업생산에 돌입하고 2019년 3공장까지 생산에 들어가면 세계 선두 진입이 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11월 제1공장이 첫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2015년 공장 가동과 함께 트랙 레코드는 한 건에 불과했다. 올해 6건 트랙레코드를 기록했다. 후발주자이지만 안정성을 중시하는 CMO 시장에서 빠른 레퍼런스를 남겼다는 평가다. 트랙레코드는 CMO 기업이 위탁 제조, 생산한 의약품이 인·허가를 통과해 판매된 사례다. CMO 기업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19년 3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면 트랙레코드 수는 갑절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CMO 시장은 지난해 기준 437억달러(약 52조2000억원)다. 2018년까지 598억달러(약 70조8600억원)까지 성장해 연평균 10.8% 성장세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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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리엑터홀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급성장하는 CMO 시장에 대응해 대대적 투자를 한다. 2011년 설립 후 현재까지 2조원을 생산설비 구축, 기술 확보 등에 투입했다. 2019년 3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6만 리터 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해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생산규모만 확대한 게 아니다. 생산시설과 제조 공정에 반도체, 화학, 엔지니어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접목돼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다. 삼성 ICT `DNA`는 바이오 분야에서 `제2 반도체 신화`를 앞당길 열쇠로 작용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반도체와 바이오 공정이 유사하다는 점을 착안해 업계 최초로 병렬공법을 적용했다. 공법은 설계, 조달, 시공 등 주요 공정을 동시에 진행한다. 외관을 올리는 동시에 배양기와 물탱크, 클린룸 등 주요 시설물을 설치해 공사기간을 단축했다.

실제 2공장은 플랜트 설계, 건설, 검증 등 과정을 동종업계 대비 19개월(40%)을 단축했다. 같은 15만 리터 규모 공장과 비교했을 때 리터당 투자비도 절반 이하인 4300달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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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설비 모습

수많은 파이프가 복잡하게 연결된 점을 고려해 3D 설계법을 도입했다. 평면 설계도를 보며 공사를 진행하면 오차가 생기기 쉬워 3D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모든 배관을 약간씩 기울어지게 설계해 물이 고이지 않게 한 것은 위생배관시공 대표적 사례다.

ICT 기술도 곳곳에 접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요 생산시설 전체에 CCTV를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가스, 압력, 온도, 습도 등 생산공정 모든 시스템을 중앙 집중화해 한 곳에서 통제 가능하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생산설비 현황을 내·외부에서도 태블릿 PC로 실시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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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VR 기반 생산시설 소개 시스템

2013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가상현실(VR) 기반 생산시설 소개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안정성이 최우선시 되는 의약품 공장 특성상 외부인에게 핵심 생산시설을 공개하기 어렵다. 기존 고객사나 잠재적 고객 유치를 위해 공개는 불가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신 VR 기술을 접목해 생산시설에 가지 않고도 생생하게 현장을 파악하는 콘텐츠를 개발했다. 해외 전시회에서 바이오 분야에서 ICT 기술력 체감하는 도구다.

3공장은 유연성에 기반한 새로운 바이오 플랜트 모델로 제시한다. 빅데이터와 IoT 기술을 접목해 실시간 데이터 수집은 물론 페이퍼리스 등 첨단 플랜트 구현을 목표로 한다.

바이오 업계 최초로 무중단 유지보수 환경을 구축한다. 공장 유지보수를 위해 설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생산공정 지체, 안정성 우려 등이 적지 않다. 삼성은 최초로 유지보수 중에도 생산설비 중단 없는 프로세스를 구현한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3공장은 기존 플랜트에서 진화해 셧 다운 없이 제품을 생산하는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규모, 기술 혁신에 이어 유연성에 기반한 새로운 바이오 플랜트 모델을 삼성이 선도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