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에티오피아 국립대 총장으로 부임했던 이장규 아다마과학기술대 총장(70)이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 전 총장은 2011년 아다마과학기술대 총장에 부임해 제2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되도록 기반을 닦고 왔다.
이 전 총장은 “에티오피아가 원한 것은 짧은 시간에 경제 강국이 된 한국에서 과학기술원조를 받고, 또 성공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했다”면서 “정책적으로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려주면 한국의 좋은 인력이 에티오피아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교육부 산하에 있던 아다마과기대를 과학기술부 산하로 이동시켰다. 또 전국 국립대가 공통으로 배우는 교과 과정에서 탈피해 독립적인 교과 과정을 운영토록 했다. 교수 월급도 높여 우수 인력이 올 수 있게 했다.
이 전 총장은 에티오피아의 대학교 환경이 1960년대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욕망, 자세, 태도는 한국과 똑같다”면서 “주어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표출되는게 다른 것이고 에티오피아 내년 국가 총예산이 약 15조원인데 이 중 0.5%를 아다마과기대에 쓴다. 그정도로 나라 전체가 과학기술 발전과 교육 발전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ODA 정책을 펼칠 때 `중국의 사례`를 보고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장은 “원조를 줄 때 맹점은 `무엇을 얻어올까, 어떻게 돌려받나`를 먼저 생각한다”면서 “도와주고도 욕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에 에티오피아에 반정부 시위가 격화돼 사람들이 죽고 귀국 하루 전에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기까지 했다”면서 “반정부 시위대는 `중국인을 없애라`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에티오피아에 ODA를 가장 많이 도와주는 국가 중 하나다. 이 전 총장은 “중국의 제일 싼 물자가 에티오피아로 들어오는데, 그렇게 되면 그 물건을 만드는 에티오피아 회사는 경쟁력이 떨어져 망하게 되고 산업발전을 결과적으로 저해한다”면서 “저렴한 인건비의 중국인 노동자들도 에티오피아에 들어와 일자리를 차지한다. 에티오피아 지식인층이 중국인이 해가 된다고 판단했고,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와 중국인 혐오가 심해지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이동할 때 차에다 `우리는 한국인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다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중국의 ODA는 도와주고 욕먹는 대표 케이스로, 이걸 배우면 안 된다”면서 “받을 것을 처음부터 계산하지 말고, 마음을 먼저 사고 나면 나머지 이익은 돌아오게 돼 있다. 마음을 사면 네트워킹이 형성되고 그러면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온 이 전 총장은 “5년간 한국을 떠나있다 온 경험을 앞으로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