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調 불려나온 대기업]툭하면 터지는 정-재계 커넥션, 이제는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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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게이트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6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 공동취재단>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이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재연됐다. 세대를 대물림하며 이어온 뿌리 깊은 `정경유착`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툭하면 불거지는 정·재계 검은 커넥션을 끊고 경영혁신과 경쟁력 제고에 매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 한국사와 함께했다

정경유착은 정치와 경제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단순 뜻풀이를 넘어 두 관계가 정치자금, 기업특혜 등 비리로 연결된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50년이 넘는 한국 정치와 경제 역사상 정경유착은 끊임없이 지속됐다.

처음 정경유착 문제가 불거진 건 1950년대 초 이승만 정권 시절 은행 민영화 특혜사건이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이후부터 정치권과 경제기업이 노골적으로 정경유착을 일삼았다. 당시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을 비롯해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등 산업 전 영역에 걸쳐 굵직한 정권유착 사건이 발생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 역시 명성그룹 사건(1982),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1982), 슬롯머신 관련 비리(1993) 등 기업과 정권 유착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는 한보 비리, 세풍 사건, 김현철 게이트 등 기업과 대통령 친인척까지 연관된 사건이 계속 밝혀졌고, 2000년대에도 박연차 로비, 저축은행 비리 등 잊을만하면 정경유착으로 인한 각종 비리가 터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민낯 드러낸 정경유착

박근혜 정권 역시 정경유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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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엘시티 조감도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해운대 엘시티 사건은 대형비리 사건으로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부산 해운대에 지상 101층 주상복합 단지 엘시티를 조성하기 위해 규제 폐지와 자금조달 등 과정에서 정계와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정 기업이 이익을 위해 정치와 정부 등에 자금을 제공하고 특혜를 받았다는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례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는 역대급 정경유착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어느 정치권이든 재벌로부터 정치 자금을 얻고자 했고 그 대가로 민원 사항을 들어주는 정경유착 행태를 보였다”면서 “하지만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안가에서 재벌총수를 만나 민원을 이야기하는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전 정경유착보다 한층 노골적 양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지원 이야기를 꺼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7월 박 대통령과 독대에서)문화융성,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을 열심히 지원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정경유착 근절,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매번 반복되는 정경유착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직접 이해집단인 정치권도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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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에 참석한 총수들을 향해 “오늘 청문회에 1988년 5공 청문회때 나온 분들 자제 6명이 있는데 정경유착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며 정경유착 세습을 비난했다. 하 의원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 부회장에게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고 해라”며 다그쳤지만, 이 부회장은 “국민에게 다시 실망시키는 모습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정치와 기업 모두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권력을 분산하는 내각제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도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에 약점 잡혀 자금을 조성해줄 수밖에 없다”며 기업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바꿔야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경제민주화포럼이 주최한 `관치경제 정경유착 본질, 재벌 지배구조개선이 해답이다` 토론에서도 정경유착 본질적 이유로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를 꼽았다. 단기간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적 파급력이 큰 재벌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민전 교수는 “정부와 기업 감시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한다”면서 “특별 감찰관 제도 등 현 제도를 보완·강화해야 한다”며 제도적 정비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퇴행적 정경유착 문제점과 해소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도 정경유착 재발 방지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횡령·배임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상 처벌 강화 등을 촉구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