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AI 정당대가 없인 생태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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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정작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우울감에 빠져 있다. 올해 초부터 불거진 '사스포칼립스'라는 신조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의 종말(아포칼립스)을 뜻하는 이 말은 SW 기업 사기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AI 시대에 전통 SW가 홀대받는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분위기 속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SW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조정된 과업에 대한 재원 확보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과업심의위원회가 추가 과업에 대한 대가 지급 결정을 내려도 실제로 이를 받은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발주처는 늘 '추가 예산 확보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개정안은 이러한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공 SW사업의 정당대가 문제는 이미 오래된 사안이다. 2000년대 중후반 전자정부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업계의 숙원 과제로 자리 잡았다. 2017년에는 당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나서 '아직도 왜'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고질적 문제가 왜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TF는 업계 큰 기대를 모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AI 시대를 맞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올해 정부는 AI 분야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단일 기술 분야에 '올인'하다시피 한 이 결정은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선택이다. 그러나 이미 현장에서는 20년 전 SW업계가 외쳤던 '정당대가' 문제가 재현되고 있다. AI 사업비 책정의 불합리함, 발주처의 혼란,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 등 익숙한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이 AI 산업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정부가 투입하는 10조원의 AI 투자가 단순히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인프라 구매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되려면, 처음부터 AI 사업의 정당대가 문제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SW진흥법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는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AI 시대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AI 정당대가 문제를 후순위로 미룬다면, 우리는 또다시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10년 후 AI 업계에서도 '아직도 왜'라는 한탄이 나오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SW 산업의 교훈을 거울삼아 AI 시대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할 때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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