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사, 암환자 진료 시대 개막…길병원 왓슨, 국내 첫 암진료 성공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암 진료가 성공리에 이뤄졌다. 아직은 보조 단계지만 앞으로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왓슨 닥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가 더해지면 불치병 치료 가능성도 높인다.

가천대 길병원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는 5일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완료한 조태현 씨(61)를 상대로 `왓슨 포 온콜로지`가 참여한 다학제 진료를 진행했다. 조씨는 지난달 9일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조직 검사와 복부단층 촬영 후 14일 길병원 대장항문외과에 내원, 대장암 3기를 진단을 받았다. 16일 3차원 복강경 우결장절제수술을 받고 24일 퇴원했다.

왓슨이 참여한 다학제 진료는 남아 있을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보조 항암 치료가 핵심이다. 다학제 진료는 백정흠 대장항문외과 교수(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 기획실장) 주도 아래 왓슨 코디네이터, 병리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 의료진이 참여했다.

왓슨 코디네이터는 왓슨에 환자 나이, 몸무게, 전신 상태, 기존 치료 방법, 조직 검사 결과, 혈액 검사 결과, 유전자 검사 결과 등 정보를 입력했다. 왓슨은 입력 정보 기반으로 조씨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은 다학제 진료를 통한 의료진 결정과 동일했다. 백 교수는 “왓슨은 290여종의 의학저널과 전문 문헌, 200종의 교과서, 1200만쪽에 이르는 전문 자료를 분석했다”면서 “여기에 전문 의료진 수십명의 의견도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길병원의 왓슨 진료 성공이 AI 활용 진료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한계도 있다. 대장암 등 일부 암에서는 효과가 높은 치료 방법을 제시하지만 상당수 암 치료 분야에서는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백 교수는 “왓슨은 치료 과정에서 최고의 보조 수단일 뿐”이라면서 “문화와 현실에 따라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 `왓슨 닥터`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방대한 규모 유전체 데이터가 왓슨에 더해지면 치료 역량은 크게 늘어난다. 왓슨은 지속해서 고도화되면서 데이터 처리 능력은 높아진다.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유전체 데이터가 더해지면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한 난치·불치병 치료도 가능할 전망이다.

길병원은 앞으로 위암, 대장암, 폐암 중심으로 왓슨을 적용한다. 이근 길병원장은 “난치병이나 불치병에 왓슨이 적용되기를 바란다”면서 “왓슨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의료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화·제도상의 해결 과제도 있다. 왓슨에 한국 문화 상황을 학습시켜야 한다. 또 서양과 다른 고령 연령에 대한 판단 기준과 AI에 적합한 의료보험 체계를 마련돼야 한다.


인천=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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