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정보 관련 SW 산업 육성 통해 글로벌 경쟁력 키워야
10년을 끌어 온 구글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 요청이 정부 불허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국토교통부 소속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18일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로 구성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 회의를 열고 안보 등 이유로 지도 국외 반출 불허 판정을 내렸다.
공간 정보 업계는 환영했다. 공간정보산업협회는 정부의 지도 반출 불허 결정이 나자 현명한 판단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체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정부의 결정은 유감이지만 계속해서 관련 법 안에서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국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의 모든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정부에 다시 국외 반출을 신청할 것임을 내비쳤다.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본격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국경 없는 인터넷 사업 특성상 지도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공간 정보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5000분의 1 지도를 만든 경험을 살려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정보 관련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위치 기반 기술 개발과 서비스 스타트업 지원책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국내 지도 서비스는 우물 안 개구리 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고려한 서비스 개선이 시급하다. 관광 업계나 맛집 정보 제공 업체가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려 해도 국내 지도 서비스가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양한 외국어 지원, 해외 이용자 친화형의 이용자 경험 구축 등 서비스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네이버 지도 정도가 평창동계올림픽 방문객을 목표로 외국어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의 다른 지도 사업자 등과 연계, 국경 없는 서비스 구현 노력도 요구된다.
국내 지도업계 관계자는 20일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이 여러 문제점에도 일부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활성화 효과와 글로벌 진출 용이성”이라면서 “그동안 국내 지도 업계가 국내 이용자 및 시장만을 고려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고 토로했다.
정밀도 개선과 혁신 서비스 개발도 과제다. 정부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도 초정밀 지도 정보 없이는 상용화와 산업화가 요원하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도 개선점으로 거론된다. 위치 정보는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 커넥티드 카 연관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의 밑거름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 조성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일부 스타트업 사이에서 조성된 구글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 찬성 여론은 창업 과정에서 지도 서비스 지원이 충분치 않은 점을 방증했다.
구글 지도 정보 반출 요청 논란의 와중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도 API 무료 사용량을 확대했다. 네이버는 지도 API 무료 사용량을 웹과 애플리케이션(앱) 모두 하루 20만건으로 늘렸다. 기존에는 앱 5000건, 웹 10만건 수준이었다. 카카오는 지도 API 일일 무료 사용량을 PC웹과 모바일 앱 모두 법인 30만건, 개인 20만건으로 각각 상향했다. 기존에는 법인 8만건, 개인 5만건이었다. 구글 지도 앱 API 사용량은 제휴나 과금 부담 없이 무제한이다. 웹 API는 1일 사용량 2만5000건을 넘으면 유료 전환된다.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연구원장은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에 관심이 적은 부분은 충분히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국내 지도 기반의 서비스 개발 지원 문제에 정부, 산업계,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생산과 서비스로 구분된 공간 정보 산업을 연계, 강화시켜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생산·서비스를 넘어 다음 단계인 공간 정보 융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다양한 서비스를 확보하려면 지도 정보를 활용해 실생활에 쓰이는 내비게이션 같은 생활형 사업과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결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업도 연구개발(R&D)과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을 확보, 시장을 키워 나가야 한다”면서 “구글처럼 글로벌 기업에 대응하려면 민첩하고 빠른 서비스와 기업 간 활발한 공동 시장 개척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정부도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 독점금지와 공평 과세를 위한 구글세 도입, 무임 승차하고 있는 기업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도 “공간정보 산업 중요성을 국민이 알게 됐다”면서 “지도 기반의 미래 산업에서 글로벌 업체에 뒤처지지 않도록 혁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는 “수년간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 지도 기술 역량 바탕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면서 “카카오맵 아이폰 운용체계(iOS) 버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공간 정보를 개방해 IoT,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